올해는 제20대 대통령선거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잇달아 치러지는 '선거의 해'다. 20년마다 같은 해 열리는 두 선거의 시차는 84일이다. 5월 10일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 22일 만인 6월 1일 지방자치단체장을 뽑아야 한다. 치열했던 대선은 끝났다. 1%의 차이도 나지 않는 초접전이었지만 국민은 당선자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지 않으면서도 정권 교체를 선택했다.
이제 지방선거 국면이다. 대선 승리 기세를 지방선거로까지 이어 가겠다고 벼르고 있는 국민의힘과 대선 패배를 설욕하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칼과 방패' 대결이 격화하면서 대선 연장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거물급 정치인의 광역단체장 출마 러시가 이어지고, 특정 지역에서는 당선이나 마찬가지인 공천장을 받기 위해 20명이 넘는 예비후보들이 뛰고 있다. 각 정당은 지방선거 결과가 향후 정치 지형 재편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사활을 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방선거는 지역주민에게 대선보다 더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선거다. 주민 손으로 민주주의를 꽃피우고, 주민 스스로의 삶과 직결된 문제를 해결 및 봉사하는 일꾼을 뽑는 축제로 치러져야 한다. 지방선거에서 어떠한 단체장을 뽑느냐에 따라 지역 발전의 명운이 갈리는 사례는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지방선거에 임하는 여야와 같은 당 예비 후보 간 비방 및 가짜뉴스가 난무하고 있다. 혼탁·과열 선거전은 특정 정당이 독식해 온 지역, 현직이 불출마하거나 유력 후보가 없는 지역에서 심하게 벌어지고 있다. 역대급 비호감, 정책 실종이라는 오명을 남긴 20대 대선의 재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정치권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말로는 협치를 외치면서도 여전히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는 검찰 개혁을 둘러싸고 대치국면에 들어가면서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사실상 지역 이슈가 사라지고 있다. 지역민의 피로도는 커지고, 투표하기도 전에 지친다는 하소연까지 들린다.
지방은 일자리 감소와 인구 유출이 가속화하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수도권이라는 블랙홀로 지역 인재와 자금이 빨려 들어가는 구조를 깨뜨리지 않고는 머지않아 지역 소멸은 현실이 될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을 살리기 위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모습을 찾기란 쉽지 않다. 지역 발전은 상당 부분 지역민의 관심 여부에 달려 있다. 유권자 또한 누가 지역의 진정한 공복으로서 더 나은 후보인지, 공약은 무엇인지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지역 발전을 위한 적임자를 뽑는 첫걸음은 유권자가 정치와 선거에 관심을 기울여서 투표장으로 나가는 데 있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