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신차 계약시 평균 1~2개월 밀려
쏘렌토·스포티지 출고 16→18개월
반도체 품귀 지속…中 공장 폐쇄 원인
국내 완성차업체 판매 실적도 '먹구름'
차량용 부품 수급난으로 인한 출고 대란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현대차·기아 차량 가운데 가장 대기 기간이 길었던 기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HEV)와 쏘렌토 HEV는 전달 16개월에서 이달 18개월 이상으로 출고 일정이 또다시 밀렸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신차를 사려면 2년 전에 계약해야 한다'는 푸념이 나온다.
4일 현대차·기아가 영업 일선에 공유한 4월 납기 일정에 따르면 이달 신차 계약 시 출고 대기 기간은 전달보다 평균 1~2개월 길어졌다. 차량용 반도체와 와이어 하니스(차량용 배선 다발) 등 부품 수급이 원활치 않아서다.
현대차는 아반떼(1.6 가솔린)가 전달 7개월에서 이달 8개월, 상대적으로 출고 대기 기간이 짧았던 그랜저(2.5 가솔린)가 5개월에서 6개월로 늘었다. HEV 모델 출고 지연은 더 길어졌다. 아반떼 HEV는 7개월에서 11개월로 넉 달, 싼타페 HEV는 9개월에서 12개월 석 달씩 미뤄졌다. 아이오닉 5와 제네시스 GV60 등 전기차는 전달과 같이 모두 12개월 이상이다.
기아는 상황이 더 악화됐다. 스포티지 HEV와 쏘렌토 HEV는 전달 16개월에서 이달 18개월 이상으로 두 달 늘었다. 세단인 K3는 3개월에서 5개월로, K8(2.5 가솔린)도 8개월에서 10개월로 각각 두 달씩 늦춰졌다. 전기차 EV6도 한 달 늘어 출고까지 16개월 이상 소요된다.
생산 적체가 심화되면서 기아가 전달부터 반도체 특단책으로 시행한 내비게이션 미적용 시 1개월 전후 출고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레이는 내비게이션을 제외하고 출고하더라도 3개월이 소요돼 내비게이션 적용 시 4개월과 큰 차이가 없어졌다.
연말 연초보다 출고 대기 기간이 더 늘어난 것은 부품 결품 항목이 늘어난 영향으로 해석된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 지난달에는 중국 내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공장 폐쇄 조치 후 현지에서 공급받는 와이어 하니스 공급이 일시 중단됐다.
이에 현대차와 기아는 부품 재고 현황에 맞춰 일부 컨베이어벨트를 빈 채 돌리는 이른바 '공피치' 방식으로 생산라인을 운영하며 생산을 지속하고 있다.
잇따른 부품 품귀 현상으로 현대차·기아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3월 판매 실적도 전년 동기 대비 줄었다. 국내 완성차 5개사 3월 국내외 실적을 취합한 글로벌 판매 대수는 63만9374대로 전년 동기 대비 9.8% 감소했다.
올해 1분기 판매 실적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5개사의 1분기 누적 판매는 179만4846대로 전년 동기 대비 5.3% 줄었다. 특히 내수 판매는 30만8298대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1분기(25만5809대) 이후 13년 만에 분기별 최저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반도체 부품 수급 부족으로 인한 생산 차질과 오미크론 확산 등 경영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며 “차량 생산 일정 조정 등을 통해 공급 지연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