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비롯한 미래 모빌리티에선 단순한 고차원적인 기술뿐 아니라 지속 가능한 기술이 요구된다. 세계적인 메가 트렌드가 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기업 경영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시트 소재도 마찬가지다. 현대트랜시스는 지난달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국제 가죽 박람회 '리니아펠레'에서 미래 모빌리티 콘셉트 시트를 공개했다. 자동차 부품사가 자동차 박람회나 가전 박람회가 아닌 가죽 박람회에서 자사 제품을 선보인 건 이례적이다. 자동차보다 지속 가능성이란 방향성에 무게를 뒀기 때문이다.
현대트렌시스는 '재생 모빌리티로의 전환'이라는 주제에 맞춰 제작한 '미래 모빌리티 콘셉트 시트'를 공개했다. 자율주행차, 전기차 등 최신 모빌리티 기술 트렌드를 담아내면서 동시에 친환경적 소재를 적용했다.
현대트랜시스는 지속가능한 시트 제작을 위해 이탈리아와 국내 업체와 협업했다. 이들과 함께 환경 오염을 최소화한 친환경 가죽과 가공방법을 적용했다. 남은 가죽을 재활용하는 방법도 개발해 시트 제조 과정에서 버려지는 가죽을 최소화했다.
구체적으로 가죽 생산 과정에 배지터블 태닝 방식을 채택해 가죽을 염색했다. 기존 가죽 염색과 달리 식물성 염료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물 사용량을 줄였다.
이탈리아 명품 가죽 브랜드 '다니(DANI)'는 친환경 공법으로 제조한 천연가죽, 버려지는 가죽으로 만든 실과 재생 페트(PET) 원사를 결합해 직조한 원단을 적절히 사용해 시트 메인 부분을 완성했다.
가죽과 실을 이용한 원단은 가죽과 직물의 느낌을 모두 갖고 있다. 시트 제조 과정에서 생기는 남는 가죽을 파우더화한 뒤 이를 방적사로 만들고, 가죽 30%와 재활용 플라스틱 70%의 비율로 원단을 만든다.
재활용 신소재 개발에는 국내 친환경 소재 기업 아코플래닝과 자동차 내장재 전문업체 두올이 참여했다. 자투리 가죽 활용에는 이탈리아 가죽 업체 도모도쏠라의 기술 노하우가 동원됐다. 미래 모빌리티 콘셉트 시트의 볼스터 부위에는 길게 자른 가죽을 꼬아 패턴을 만드는 위빙(Weaving) 공법을 적용했다.
현대트랜시스는 이외에도 곳곳에 지속가능한 소재를 적용했다. 대시보드에 양모 펠트를 적용하고 재생 알루미늄 파우더를 3D 프린트로 구조화한 헤드레스트도 선보였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