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스 오미크론 '우세종' 임박
돌연변이 8개 더 많아 '전염력↑'
오미크론 유행 장기화 우려
중증 병상 등 의료 시스템 부담
기존 오미크론보다 전파력이 30~50% 높은 BA.2 변이(일명 스텔스 오미크론)가 국내에서도 급속히 번지고 있다. 3월 셋째 주 국내 BA.2 검출률은 41.4%로 직전주(26.3%)에 비해 15.1%포인트(P)나 상승했다. BA.2가 조만간 오리지널 오미크론(BA.1)을 밀어내고 우세종화 될 전망이다. 당초 국내 오미크론 유행은 12~22일 사이 정점에 달한 뒤 진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방역당국은 오미크론보다 전파력이 높은 스텔스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가 국내 유행 규모와 정점 시기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전파력 1.5배 높은 BA.2
BA.2는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한 종류로 스텔스 오미크론이라고도 불린다. 일부 국가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다른 변이와 잘 구분이 되지 않아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국내 검사 체계에선 이를 검출할 수 있게 설계돼 발견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방역당국 설명이다.
오미크론 변이는 오리지널 오미크론(BA.1) 외에 하위 계통인 BA.1.1, BA.2, BA.3 계열로 분류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BA.2 변이는 스파이크 단백질과 기타 단백질의 일부 아미노산 차이를 포함해 유전적 서열이 BA.1과 다르다.
BA.2는 기존 오미크론보다 감염력이 30~50%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염력이 높은 이유는 BA.2 돌기 단백질에 기존 오미크론에 없는 돌연변이가 8개 더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감염력이 오미크론보다 높지만 더 심각한 증상을 일으키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WHO에 따르면 BA.2와 BA.1 사이에 중증도 차이가 보고되지 않았다. 또 기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도 모두 BA.2 변이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오미크론에 감염된 적이 있다면 BA.2에 재감염될 확률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WHO는 기존 오미크론 감염이 적어도 제한된 기간 동안 BA.2 재감염에 대한 보호를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교차 감염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덴마크 국립혈청연구소(SSI)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약 180만건 감염 사례를 분석한 결과 한 사람이 20~60일 간격으로 오미크론 변이에 두 번 감염된 사례는 67건이 발생했다. 이 중 47건이 BA.1에 감염된 뒤 BA.2에 감염된 경우였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BA.2 변이는 오리지널 오미크론보다 전염력이 1.5배 높지만 중증도는 비슷하고 오리지널 오미크론과 교차 면역이 가능해 재감염 사례는 낮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전염력이 높은 것 외에 임상적으로 특이한 점은 없다”고 설명했다.
◇BA.2 우세종화…국내 유행 '꼬리' 길어지나
BA.2가 기존 변이와 비교해 중증 감염을 일으키지는 않지만 높은 전염력 때문에 정점 후 확진자 감소폭을 둔화시키고 오미크론 유행 장기화를 불러올 수 있다. 특히 오미크론 유행이 지난 다음 BA.2 재유행이 진행되는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는 오미크론이 유행하는 상황에서 BA.2가 번져 대유행을 장기화하는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방역당국도 BA.2 변이 바이러스로 정점 구간이 당초 예상보다 크고, 길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1일 정례브리핑에서 “오미크론 변이 중 BA.2 점유율이 증가하고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로 확진을 인정하면서 유행 정점까지 기간이 지연되고 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22일 0시 기준 국내 신규 확진자 수는 35만3980명으로 다시 30만명대로 올라섰다. 지난 17일 62만1281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한 이후 전날까지 주말 영향으로 나흘째 감소하다 이날 다시 증가했다. 다만 일주일 전인 지난 15일과 비교해서는 8323명 적은 수치다. 오미크론 확산이 본격화한 이후 신규 확진자 수가 매주 배로 불어나는 '더블링' 현상이 지속되다가 지난 주말부터 전주 대비 확진자 수가 줄어드는 양상이다.
앞서 정부는 전문가 예측을 종합해 지난 12일부터 22일 사이에 유행이 정점을 지나고, 23일 이후에는 점차 감소세가 될 것으로 전망해왔다. 예상대로 이번 주 유행이 정점에 이를지는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말 효과가 사라지는 수요일 이후 전주 대비 확진자 규모 평가가 중요하다. 다만 BA.2 확산 여파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통상 월·화요일에는 주말 검사 건수 감소 영향으로 확진 규모가 줄어들다가 수요일부터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는 만큼 수요일 이후 지난주, 지지난 주 수치와 비교해 확진자 수가 감소 국면에 들어가는지 봐야 한다”면서 “스텔스 오미크론 전파력이 기존 오미크론보다 높은 것을 감안할 때 정점 이후 감소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인지 완만하게 나타날 것인지 이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에선 대유행 정점 구간이 더 크고 길어지면 의료 시스템 부담이 가중될 것을 우려한다. 통상 확진자 규모가 증가한 후 2~3주 시차를 두고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증가로 이어진다. 이날 기준 전국 중증 병상 가동률은 67.8%(2823개 중 1914개 사용)를 기록했다. 사망자는 384명으로 직전일보다 55명 늘면서 역대 두 번째를 기록했다. 위중증 환자는 1104명으로 보름째 1000명대를 이어가고 있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