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도체 전쟁, 장비 확보전에 달렸다

인텔이 110조원을 투입해서 유럽 반도체 생산거점을 마련한다. 미국에 이어 두 번째 '메가 팹' 건설 계획이다.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로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한 인텔의 공격적인 행보다. 삼성전자, TSMC 등과의 무한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반도체에 17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TSMC도 올해에만 50조원 이상의 투자금을 쏟아부을 방침이다. 유례없는 반도체 설비투자 전쟁이 벌어진다.

전장은 파운드리 시장이 될 전망이다. 인공지능, 전기자동차 등 이머징마켓을 놓고 '치킨게임'이 불가피하다. 빅테크 고객사를 누가 선점하느냐가 관전 포인트다. 결국 누가 최첨단 공정 기술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투자 전쟁의 또 다른 승부처는 핵심 장비 확보전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가뜩이나 공급망이 불안한 가운데 장비 주문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납기가 24개월까지 길어지고 있다. 노광, 식각, 증착 등 전공정 핵심 장비일수록 지연이 더 심하다. 자본력과 기술력이 있어도 장비 조달능력이 떨어지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이런 위기에 직면할 때마다 아쉬운 점이 있다. 핵심 장비의 낮은 국산화율이다. 2년 전 일본 수출규제 당시 뼈 아프게 반성했던 사안이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술 독립'은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는다. 그러나 보니 당장의 효율을 따져 차일피일 미루고, 그 결과가 비상 시국에 아킬레스건으로 돌아온다. 일본 수출규제 이후 우리 반도체 업계가 추진한 '소부장 독립' 사업은 많은 성과를 이뤘다. 하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중요한 것은 긴 호흡으로 중단없이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반도체 투자 전쟁에서 당장 핵심 장비 확보에 사활을 걸면서도 장기적으로 안정적 공급망 확보를 위한 국산화 시도 역시 강력하게 추진돼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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