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항공모빌리티(AAM:Advanced Air Mobility) 상용화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선진항공모빌리티란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전기 추진 기반 비행체다. 모건스탠리는 관련 시장이 2040년까지 1200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인류 항공 역사에서는 다양한 콘셉트 항공기가 제안돼 왔다. 특히 항공기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추진(Propulsion) 시스템이 새로 완성될 때 새로운 형식의 항공기가 출현했다. AAM 수직이착륙기(VTOL)가 민수 항공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기 위해선 이를 뒷받침해주는 '파워트레인 기술'이 기존 제트 엔진 이상 신뢰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인류가 전기를 이해하고 사용해온 기간은 200년이지만 민수 항공기 추진 에너지원으로서 시도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후 변화로 새로운 친환경 정책이 쏟아지는 가운데 배터리 성능이 향상되면서 전기 추진 항공기도 '구현 가능한 제품'이 된 것이다.
항공기는 수많은 엔지니어링 기술이 유기적으로 통합되고 수만개 부품이 하나의 목적을 위해 조립되는 제품이다. 선진항공모빌리티 개발사는 새로운 형식의 항공기에 대한 '안전성'을 반드시 입증해야 한다. 비행체에 적용되는 기술 대부분은 이미 오랜 기간 동안 축적됐다. 신뢰성을 입증할 수 있는 방법 역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유일하게 배터리는 그렇지가 않다. 배터리만으로 비행 시험을 성공했다고 온전한 민수 항공기로서 인증과 상품성을 만족했다고 보기 어렵다. 배터리는 사용법에 따라 안전과 수명 문제가 현저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배터리가 현재 가장 난항을 겪는 부분은 열폭주에 의한 화재와 열화에 따른 수명 단축 문제다. 이 같은 한계점을 극복하고, 배터리를 가장 안전하게 사용하는 방법은 충전 잔량(SOC:State of Charge)을 최대치와 최소치를 회피해 사용하는 것이다. 통상 충전 잔량을 30~75% 영역에서 사용하면 앞서 언급한 전기화학적인 잠재적 문제들로부터 상당히 자유로워진다. 이 경우 사용 가능한 전기의 양은 하이브리드 기술로 보완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탄소 중립에 대한 정책과 환경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기존 제트기는 옥탄가가 높은 케로신 기반 제트유(Jet A 또는 Jet A-1)를 사용했다. 반면에 선진항공모빌리티의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에 적용할 연료는 가장 친환경에 가까운 천연가스나 바이오연료(Bio-fuel) 그리고 수소가 적합히다. 이와 관련한 인증 기술과 제도, 운영 지원을 위한 인프라가도 마련돼야 한다.
근래 2000년대에 들어 GE와 롤스로이스, 사프란과 같은 세계적 엔진 개발사는 친환경 수요에 대응할 터빈형 발전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선행 개발품을 새로운 발전기 시스템으로서 적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선진항공모빌리티 시장이 풀어야 할 또 하나의 숙제인 것이다.
기술은 정직하다. 하지만 그 기술을 판단하고 적용하는 주체는 인간이다. 선진항공모빌리티는 매번 운항이 누군가의 생명과 직결되는 제조업이다. 그렇기에 엄격한 민수 항공산업에 그 뿌리를 두어야 한다. 선진항공모빌리티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 사회도 그에 걸맞은 정책적 제도 마련과 기술 확보를 서둘러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근본은 '안전'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재형 플라나 대표 plana@plana.a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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