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 디지털 전환, 전 국민 직업능력개발체계로 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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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

정보경제학 분야 권위자인 에릭 브린욜프손, 앤드루 맥아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교수는 그들의 저서 '제2의 기계시대(The Second Machine Age)'에서 인류 생활에서 역사적으로 가장 큰 변화를 일으킨 것은 농경도, 가축도 아닌 '기술'이라고 규정했다. 증기기관의 발명과 개량이 바로 그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인류 역사의 방향이 다시 크게 변하고 있으며, 이번 변화의 원동력은 바로 디지털 기술이라고 말한다. 증기기관이 제1의 기계시대를 열었다면 디지털 기술이 제2의 기계시대를 열고 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와 같은 새로운 정보기술이 삶의 영역 전반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코로나19는 광범위한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급변하는 시대에 적응하고 선제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경제, 산업, 노동시장 등 모든 분야에서 기존의 틀을 바꾸고 혁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국은 디지털 기술 변화와 일자리 변동성 증대에 대응하기 위해 평생 직업훈련체계 구축과 신기술 분야에 대한 인적자원 투자를 늘리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직업훈련을 평생 국가 의무로 노동법에 명문화하고, 개인훈련계좌제도(CPF) 등 직업훈련 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모든 경제활동 참가 인구에 대해 노동시장 진입부터 퇴직 시점까지 전 경력 기간 직업훈련 접근 권리를 부여한다. 창의 융합형 인재 육성을 위해 직무훈련 과정뿐만 아니라 직무기초 지식·능력 함양, 직무능력진단, 자원봉사 등에 필요한 역량 취득을 위한 훈련과정까지 폭넓게 인정한다.

우리 정부도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직업능력개발 생태계 및 인프라 구축'을 국정과제로 선정했다. 급변하는 산업구조와 노동시장 환경에서 모든 국민이 평생에 걸쳐 지속적인 능력개발을 통해 일자리를 지키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디지털·신기술 인력을 적기에 양성하기 위해 직업능력개발 체계를 혁신하고 있다.

먼저 전 국민 평생 직업능력개발 체계를 구축한다.

국민 개개인이 자율적으로 직업능력개발 기회를 갖도록 국민내일배움카드 발급 대상과 범위를 지속 확대한다. 국민내일배움카드는 근로자·실업자뿐만 아니라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자영업자 등 고용 형태와 관계없이 발급받을 수 있다. 훈련비는 5년 내 최대 50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청년들이 취업 준비를 위해 빨리 훈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카드 발급 대상을 대학 3학년까지 확대했다. 이와 함께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특화된 훈련 프로그램을 시범 실시하는 등 근로자와 실업자 중심으로 이뤄졌던 직업능력개발 지원의 실질적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있다.

또 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디지털, 창의·융합 등 포괄적 직무 역량을 지원한다. 디지털 분야에 익숙하지 않은 비전공 청년, 중장년 등을 대상으로 노동시장 전 영역에서 활용 가능한 기초코딩·웹/앱개발 등 디지털 기초 직무역량 향상을 지원하는 'K-디지털 기초역량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는 메타버스 등 새롭게 등장한 신기술 융합 분야에서 활용 가능한 직무융합과정을 신규 도입하는 등 현장 요구에 대응하고 있다. 전 생애에 걸친 원활한 일자리 이동을 위해 경력설계도 지원한다. 올해부터 중소기업 재직자(중장년)를 대상으로 1대1 심층 경력설계와 상담을 제공한다.

정부는 이러한 지원제도들을 통해서 모든 국민이 평생에 걸쳐 직업능력개발 기회를 갖도록 법으로 보장하기 위해 '국민 평생 직업능력 개발법'을 개정, 오는 18일 시행한다.

산업 수요에 맞춰 디지털·신기술 인력을 적시에 양성하기 위해 훈련체계도 혁신한다.

각 산업·기술분야 인력양성 사업이 전체적인 인력 수급 전망에 맞춰 체계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가 공동으로 신기술 인력양성사업을 기획하고 예산을 편성하는 협업예산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각 부처의 인력양성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해 중복이나 정책 사각지대를 줄이고, 산업 현장의 인력 수요와 공급 간 괴리를 최소화하고 있다. 올해도 AI·빅데이터 등 20개 신기술 분야에 대해 16개 부처 140개 사업, 1조6200억원 규모 예산을 편성해 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간 정부 주도로 이뤄진 훈련사업의 방식을 전환해 혁신적인 기술과 훈련 방법을 가진 기업과 대학·훈련기관을 연계해 디지털 핵심 실무인재를 양성하는 'K-디지털 트레이닝'도 지속 확대한다. 향후 5년간 총 20만명의 디지털 실무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다. 공공 훈련기관인 폴리텍에서도 기존 사업기술에 AI 기술을 융합한 'AI+x' 학과를 신설하고 비학위과정으로 운영되는 하이테크 과정을 통해 비전공자도 기술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재직자들도 기술 변화에 뒤처지지 않도록 기업 고유의 직무훈련과 신기술 훈련을 연계한 디지털융합훈련, 기업맞춤형 현장훈련(S-OJT)을 확대한다. 수도권에 비해 관련 인프라가 취약한 지역에서 재직자를 비롯해 지역주민 누구나 신기술 훈련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역 디지털 훈련인프라를 공유하는 'K-디지털 플랫폼' 사업도 지역 균형을 고려해 구축할 예정이다.

비대면 훈련 활성화 등 훈련 인프라 혁신에도 주력한다.

새로운 훈련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직업훈련 인프라를 개편하고, 규제를 혁신한다. 디지털기술 보편화에 따라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지원체계를 강화한다. 연간 500만여명이 이용하고 원격훈련 유형에 따라 다양한 학습관리시스템(LMS) 연계를 지원하는 고용노동부 스마트직업훈련플랫폼(STEP)으로 비대면 원격교육을 확대할 예정이다. 직무전공 분야뿐만 아니라 구직기술, 인문소양 등 취업 준비와 이후 단계에서 필요한 기초 소양 과정을 개발하고 각 콘텐츠 간 연계 트랙도 제시하는 등 교육 효율성을 높인다.

범부처 직업훈련 정보를 한 곳에서 확인하고 개인별로 적합한 훈련과정을 추천받을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도 구축한다. 국민의 평생 직업능력개발에 관한 정보를 수집·관리·제공하는 직업능력개발정보망(HRD-Net)을 고도화해 AI 기반으로 개인별 선호·역량 등을 분석해서 훈련과정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직무능력은행제를 도입해 개인의 훈련과 자격정보, 일자리 정보까지 연계하는 이력관리 시스템도 구축하고자 한다.

정부는 산업, 기술, 인구구조가 동시에 변화하는 대전환 시대를 맞아 직업능력개발 체계를 지속 혁신하고, 모든 국민이 변화 흐름에 소외되지 않도록 자기 능력을 향상하는 등 빈틈없는 지원체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다.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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