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고에서 '메타버스' 개념과 우리의 현실이 가상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전환 관점에서 '가상 세계에서의 활동이 실물 경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이자 새로운 기회'라고 했다. 이것은 디지털 전환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가상과 현실을 융합하는 메타버스라는 개념이 초연결적 경험을 기반으로 새로운 경제 체계 확장과 산업적 가치를 가져온다는 것을 의미한 것이다. 즉 메타버스는 존재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새롭게 확장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메타(Meta)'와 '유니버스(Universe)'라는 단어의 결합을 떠나 △메타버스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이를 활용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인간 중심 사고방식이자 창의적 문제해결방법 중 하나인 디자인 싱킹 관점에서 살펴보자.
첫째 메타버스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창의적 공간으로 진화하는 인터넷'이라 할 수 있다. 1992년 닐 스티븐슨은 스노 크래시(Snow Crash)라는 SF소설을 통해 초창기 인터넷의 다음 개념으로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했다. 그는 서로 다른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노트북을 가지고 아바타라는 소프트웨어 이미지 조각을 통해 메타버스에서 서로 의사소통을 하며 현실에서와 같은 활동을 한다고 했다. 여기에서 '메타'라는 개념은 '뒤에' '저쪽에' '~을 넘어'를 뜻하는 기존의 어원적 의미에 더해 '컴퓨팅에 기반한 새로운 문화'라는 의미도 내포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개념은 1960년대 신경생리학자이자 과학자였던 존 릴리의 연구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일례로 메타프로그래밍(Metaprograming)은 자기 자신 또는 타 컴퓨터 프로그램을 자동 수정, 처리하는 기능이다. 릴리는 '인간 생체 컴퓨터의 프로그래밍과 메타프로그래밍'이라는 그의 저서를 통해 컴퓨터 프로그래밍 개념을 인간에게 적용했다. 그리고 다양한 연구를 통해 '우리 환경은 끊임없이 인간을 메타프로그래밍하고 있다'면서 '메타'라는 단어가 가진 개념적 속성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되돌아보면 스티븐슨이 이야기한 메타 개념도 마찬가지이다. 소설 속 메타버스는 초기 버전이기는 하지만 현실 세상 속 우리 자신을 초월한 또 다른 우주에 관한 것이다. 그 속에서 '메타'는 기본적으로 인터넷이라는 온라인 연결을 전제로 한다. 즉 우리가 메타버스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의 본질은 '경험 확장'이다.
이에 메타버스 개념을 문화 형태로 확장함으로써 새로운 유니버스(우주)로 나아가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즉 새로운 경험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창의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만드는 과정으로써의 창의적 공간으로 진화하는 인터넷 확장판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가상이 현실이 되는 경험의 과정 속 메타버스를 잘 활용하기 위한 방향에서 디지털 기술을 포함한 메타버스라는 가상과 현실이 공존하는 문화에 대한 사회적 수용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기술이 보편적 기술로 사회에 뿌리내리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기존의 시스템이나 사회적 제도뿐만 아니라 가장 중요한 사회 구성원들의 이해와 인식이 기술 수용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기서 사회적 수용이란 특정 경험이나 관계 간에 상대방도 똑같이 이해하고 받아들여지는 사회적 신뢰를 의미한다. 특히 새로운 기술에 대한 사회적 수용은 신기술이 사회에 당연한 기술로 받아들여지는 과정이다.
이에 지난 수십년간 디지털이라는 가상 문화를 경험해 온 과정 중 하나로 최근 사회구성원 중 핵심으로 떠오른 MZ세대에 대해 먼저 생각해 본다. 메타버스 같은 경험의 확장과 상호 연동 관점에서 생각을 새롭게 리디자인(재설계)하는 '메타 싱킹'을 함께해야 할 때다.
김태형 단국대 교수(SW디자인융합센터장) kimtoja@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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