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이 교육 모습을 크게 바꾸고 있다. 바이러스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예방적 조치, 이를테면 출석 인정, 수업 방법, 생활지도 등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는 여러 일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2019년에 시작된 팬데믹은 지금까지 만 2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일상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하고 있다. 바로 뉴노멀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뉴노멀 현상은 과거에는 일반적이지 않거나 정상적이라 생각하지 않았던 현상이 정착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역사적 사건을 되짚어 보면 1969년 새마을 운동, 1997년 IMF 구제금융 요청,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세계 금융 위기 등 사회 경제 이슈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슈는 기존에 일상적으로 해 왔던 일반적 판단 방식뿐만 아니라 생활 모습과 인간 행동 변화도 유발하게 했다. 2019년 코로나19로 명명된 전염병이 세계적으로 유행하였는데 이로 인해 학교 현장에서도 뉴노멀 현상이 나타났다.
코로나19 이전의 학교는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대면 수업이 주를 이루었다. 교실에서 수행하는 대면 수업은 일상적인 것이었다. 교과서, 수업 자료, 디지털 보조 자료 등 교육에 사용하는 대부분은 모두 대면 수업용으로 만들어졌다. 토론학습, 협동학습, 탐구학습 등 수업을 위한 절차와 방법을 수업 모형이라 하는데 이 역시 대면 수업용으로 개발되고 사용됐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중요한 일에는 서술형 평가, 수행 평가와 같은 평가 활동이 있다. 이러한 일은 정해진 시간과 면대면 장소에서 교사의 관리 아래 진행하는 것이 당연했다. 학교 수업에서 비대면 수업은 대면 수업에 감히 견줄 수 없는 보조적 수단이었다.
학교에서 생활지도는 학생 교육에서 갖는 의미가 적지 않다. 학생의 학교생활은 그 자체가 우리 사회생활의 축소판을 체험하는 것이다. 학생 간 협동, 갈등, 예의, 인성 지도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학교는 기본 생활 습관 형성, 교우 관계, 공동체 활동 등을 대면 형태로 제공하는 소규모 사회다. 학부모는 학교와 대면 방식으로 교류했다. 학교와 가정이 교류하는 활동으로 학부모 상담이 있었으며, 이를 통해 학생의 가정 밖 활동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학부모는 학교가 공개하는 수업이나 행사를 참관할 수도 있었다. 학교는 학생의 학업 성취, 사회성과 인성 관리뿐만 아니라 가정과 소통까지도 챙겼다. 이처럼 학교는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며 학생의 학업과 생활 전반을 챙기는 역할을 수행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 이후 학교 현장에는 큰 변화가 일었다. 정상적 대면 수업을 시행하기 불가능해지자 온라인 수업 방식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게 됐다. 온라인 개학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온라인 수업 초기에는 콘텐츠 활용 또는 과제 수행 중심 수업 형태를 주로 사용했다. 이 시기에 학부모는 온라인 수업의 질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온라인 수업을 위한 디지털 인프라가 불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전국의 모든 학교가 동시에 온라인으로 수업하기에는 여러 가지 부족한 점이 있었다. 공공 플랫폼으로는 e학습터, 위두랑, EBS 방송 등이 사용됐다. 갑자기 수요가 폭발적으로 발생하면서 네트워크 과부하 및 시스템 오류 등이 발생했다. 국가 수준의 대규모 온라인 수업을 위한 경험 부족, 관련 인프라 확보 등 어려움을 급작스레 극복하기에는 부득이한 한계가 있었다.
한편 학교는 민간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온라인 수업을 위한 민간 플랫폼으로 줌(Zoom), 구글 미트(Meet), 네이버 밴드, 클래스팅, 하이클래스 등을 사용했다. 온라인 수업을 시행한 초기에 교사는 수업 영상 제작과 업로드, 수업 관리, 과제 확인 등에 집중적으로 시간을 할애했다. 온라인 수업이 정착해 가면서 수업 형태는 영상수업 도구를 이용한 실시간 양방향 수업으로 변화했다. 초기에는 하루 수업 중 1시간 정도를 실시간 양방향으로 시행하다가 점차 전체 시간으로 확대됐다. 오프라인 등교와 온라인 수업을 병행하는 상황이 됐을 때 온라인 수업에서 실시간 양방향 수업은 절대적 주를 이뤘다.
온라인 수업이 계속되면서 학교에서 뉴노멀 현상이 나타났다. 학교 학사 운영은 주로 비접촉으로 바뀌었다. 오프라인에서 모이는 행사는 과감히 생략되거나 온라인으로 대체됐다. 오프라인 행사의 경우 사회적 거리 두기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실시했다. 행사 규모도 미니 행사 또는 학급 단위의 소규모 활동으로 바뀌었다. 종래에는 오프라인에서 규모 있게 진행해 왔던 학교 행사를 축소·폐지하거나 학급 단위의 소규모 형태로 바꾼 것이다. 예를 들면 운동회, 예술제, 수학여행, 각종 교내 대회 등이 있다. 학생 휴식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쉬는 시간에 자유롭게 뛰어놀며 어울려서 시끌벅적했던 모습은 적지 않게 사라졌다. 이제 학교에서는 수업 시간 이외에도 상당수 시간을 교실에 한정해서 보내게 됐다. 학급 교실 밖과 교류 자체도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최소화하고 있다. 이렇듯 오늘날 학생은 종래의 학교가 아닌 뉴노멀 학교에서 생활하고 있다. 비접촉 활동을 일상화하며 오프라인 공간마저도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뉴노멀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 간 학습 격차 문제가 부각하고 있다. 학교는 오프라인 등교와 온라인 등교를 병행하고, 학생은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수업을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러한 온라인 수업 방식은 출석 체크는 가능하나 학생 학습력 관리에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다. 근래에 연구된 자료를 보면 가정 경제 형편에 따라 학습 격차가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형편이 어려운 가정일수록 학생에 대한 교육지원, 학습관리, 생활지도에 차이가 나타나는 것이다. 온라인 수업을 최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학생 스스로 난관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적지 않은데 학생 자신의 힘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경우와 관련 학부모는 자신이 부모 역할을 잘하지 못해서 자녀가 학습에 뒤처진다는 응답을 보여 줬다. 이는 마음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경제적 취약계층에서는 컴퓨터 성능, 인터넷 속도, 정품 소프트웨어 사용 등 에듀테크 이용에 발생하는 제약도 학습 격차의 주요인으로 작용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뉴노멀 시대에서 발생하는 현실적인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와 공공기관의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 이 가운데 하나로 범국가적 수준의 교육 플랫폼을 통한 인공지능(AI) 에듀테크 활용을 제안한다. 교육 플랫폼이 학생 학업 성취에서 부모 역할을 지원해 학부모 부담을 덜도록 해야 한다. 교육 플랫폼은 인공지능을 이용해 학생 개개인을 위한 맞춤형 교육 서비스와 다양한 학습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 선생님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을 'AI 튜터'로 호칭하는데 'AI 튜터' 역할은 학습 플랫폼을 통해 학생의 학습 습관을 진단하고 학생이 활동하면서 발생하는 각종 학습 이벤트를 분석해 학생의 현재 상태를 관리해야 한다. 학생의 학습 시간, 학습 계획 수행 여부, 미디어를 소비하는 습관, 학업 성취도 등 학습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분석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학생의 학습에 능동적으로 개입하고, 나름 적절한 방법을 찾아서 지원해야 한다. 지금은 이러한 'AI 튜터'가 필요한 시대이고 개별 학습자의 필요를 지원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범국가적 수준에서 제공해야 할 시점이다. 뉴노멀 시대에서의 학교 교육을 위해 인공지능 에듀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자.
구덕회 서울교대 컴퓨터교육과 교수 dhk@snue.ac.kr
〈필자〉구덕회 교수는…
현재 서울교대 컴퓨터교육과 정교수다. 서울시 초등교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위촉연구원,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선임연구원, 대구교육대 컴퓨터교육과 교수를 역임했다.
-
김명희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