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제네시스가 지난달 출시한 최고급 세단 'G90'이 실제 출고까지 9개월 넘게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가격 1억원을 상회하는 국내 최고가 차량이지만 출시 초반에 계약이 몰리면서 예측한 수요보다 공급이 크게 부족해진 영향이다. 올해 들어서도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여파가 이어지고 있어 증설을 통한 추가 물량 확보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6일 현대차가 영업 일선에 공유한 2월 납기 일정에 따르면 G90은 이달 신규 계약 시 출고까지 9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G90은 이달 초까지 생산이 확정된 배정 물량만 1만8000대에 이른다. 현재 추세라면 이달 중 누적 계약 대수가 올해 판매 목표치로 제시한 2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G90은 사전계약 첫날인 작년 12월 17일 하루 동안 1만2000대가 계약되며 돌풍을 예고했다. 현대차가 계획한 G90 월평균 생산 대수가 2000대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6개월치 물량이 하루 만에 동난 셈이다. 첫날 계약 물량은 오는 7월까지 생산 일정이 마감됐다. 이후 계약 물량은 8월부터 생산에 들어간다.
현대차는 작년부터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수익성 방어를 위해 제네시스 등 고가 차종을 우선 생산하는 방향으로 매달 생산 계획을 조율하고 있다. 그러나 수급난이 장기화되면서 현대차 차종보다 상대적으로 대기 기간이 짧았던 제네시스 차종마저 대기 기간이 길어졌다.
제네시스 집중 생산 전략은 평균판매단가(ASP)를 높이며 실적 향상에 기여했다.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수급난에도 현대차는 2014년 이후 7년 만에 영업이익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간 영업이익률은 5.7%로 전년보다 3.4%포인트(P) 상승했다.
이달 제네시스 주요 차종 신규 계약 시 출고 대기 기간은 G80 3개월, GV70 3~6개월, GV80 5~9개월이다. 수요와 공급 불균형 장기화로 전달보다 대기 기간이 1개월가량 늘었다. 전기차인 GV60은 1년 이상을 기다려야 해 이달 신규 계약해도 올해 출고가 불가능하다.
G90 흥행에도 현대차는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에서 기대 이상의 계약 실적을 올리면서 해외 주요 시장에 진출하려던 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 있어서다. 이보다 앞서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G90 발표회 현장에서 “제네시스 브랜드 위상을 한 단계 올리는 것이 신형 G90의 역할”이라며 “국내 출시 이후 연내 미국, 중동, 중국 등 해외 시장에 G90을 적극 소개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