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韓 자동차산업의 허리 '3사'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허리 역할을 하고 있는 외국계 중견 완성차 3사인 르노삼성차, 쌍용차, 한국지엠의 자리가 위태롭다. 수년간 판매 침체가 지속되면서 작년 이들 3사의 국산차 시장 점유율은 12%에 머물렀다. 각 사 내수 판매량은 5만대 수준으로, 수입차인 메르세데스-벤츠나 BMW에도 뒤진다. 가장 큰 원인은 신차 부재와 경쟁력 저하다. 신차로 먹고사는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 경쟁사보다 소비자 눈을 사로잡을 모델의 출시가 더디다는 점은 약점일 수밖에 없다. 외국계 회사가 대주주로 있어서 국내 사정에 맞는 신차를 곧바로 개발하기도 쉽지 않다.

쌍용차 상황은 더 심각하다. 복지 축소와 인건비 절감 등 강도 높은 자구 노력, 순환 무급 휴업 등으로 적자를 줄이고 있으나 지난해 말 기준 자본금이 전액 잠식되며 상장 폐지 위기에 처했다. 에디슨모터스가 인수 본계약을 체결하고 회생계획안 수립 등 인수 절차를 밟고 있지만 경영 정상화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그럼에도 이들 중견 3사를 지켜야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바로 일자리와 산업 생태계 유지다. 대선을 앞두고 여야 후보가 미래 신산업을 육성해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공약을 앞다퉈 내세우고 있다. 이에 못지않게 기존 일자리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3사와 관련된 직간접 고용 인원은 50만명 이상이다. 수십년 닦아 온 완성차의 개발·생산 노하우, 수많은 부품 협력사와 얽혀 있는 등 생태계 일원으로서의 역할도 간과해선 안 된다.

작년과 달리 올해 3사가 신차를 준비 중인 점은 다행스럽다. 르노삼성차는 XM3 하이브리드, 쌍용차는 J100, 한국지엠은 타호와 볼트를 각각 내놓는다. 회사마다 내년 이후 국내에 선보일 신차 개발과 생산 계획도 수립하고 있다.

3사의 신차 성공을 위해 온라인 플랫폼 전면 도입을 제안한다. 자동차 시장에도 온라인 쇼핑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점은 판매량에서 뒤진 브랜드에 기회일 수 있다. 온라인으로 자동차를 구매하는 일은 더이상 새롭지 않다. 클릭 몇 번이면 신차를 예약하고, 결제와 출고까지 가능하다. 현대차 캐스퍼 사례처럼 온라인 쇼핑이 익숙한 젊은 세대의 선호도가 높을 것이다.

정부의 규제 완화와 정책 지원도 이뤄지길 기대한다. 앞으로 저공해차 보급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완성차 업체에 벌금 성격의 기여금을 부과하기로 한 것은 3사 상황에 가혹한 일이다.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배출가스 규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모든 업체가 일률적으로 전기차를 판매하도록 규제를 추가하는 것이 맞는 일인지 생각해 볼 문제다. 아직 내연기관 중심 차량과 부품을 생산 중인 중소 완성차와 관련 협력사에는 전동화 제품 개발을 유도하는 정책이 선행돼야 한다. 채찍보단 당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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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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