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러시아向 첨단기술 틀어막나…반도체 등 수출규제 검토

미국 정부가 러시아를 대상으로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기술 수출을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과거 중국 화웨이를 대상으로 적용한 제재 방식을 러시아에 확대 적용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 주요 산업에 필요한 핵심기술 공급을 틀어막아 경제 전반을 위축시킬 방침이다.

25일 워싱턴포스트(WP)는 당국자를 인용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러시아를 대상으로 인공지능(AI), 양자컴퓨터 등 첨단기술 제품 수출규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사태 발생 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집중 육성하고 있는 전략 산업에 타격을 가하는 게 핵심이다.

WP에 따르면 바이든 정권은 미국 소프트웨어(SW)나 기술을 기반으로 제조된 제품이 러시아로 수출되는 것을 금지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이는 과거 중국 화웨이에 적용한 '해외직접생산품규칙(Foreign Direct Product Rule)'과 같다. 미국은 물론 제3국 수출 제한까지 압박할 수 있어 제제 대상에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줄 수 있다.

화웨이의 작년 매출은 전년 대비 30%가량 급락했다. 미국의 수출규제 발동 이후 대만 등에서 첨단 반도체를 확보하지 못해 스마트폰 판매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WP는 미국이 러시아 대상 수출규제에 돌입하면 군사 제품은 물론 스마트폰, 태블릿PC, 콘솔 게임기 등 다양한 제품이 규제 대상 목록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유럽·아시아 동맹국과 핵심 부품 수출을 차단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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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니혼게이자이는 러시아 대상 수출규제가 실제화되면 미국 SW나 기술을 사용하는 유럽, 일본 등 해외 기업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산업계는 러시아 판로가 막히는 만큼 자국 정부의 과도한 경제제재를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 우방인 중국이 미국의 수출규제 방침을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다.

바이든 정권은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강력한 경제제재를 부과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현지 전문가들은 미국이 달러 거래 금지를 포함한 금융 제재와 수출규제를 동시에 단행하면 러시아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백악관 상황실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과 영상 통화로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했다. 참가자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엄청난 후폭풍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는 한편 이번 사태가 외교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데 중지를 모았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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