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2025년 가동을 목표로 대규모 반도체 제조 공장을 미국 오하이오주에 짓는다. 인텔이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시장 재진입을 선언하며 '종합반도체기업(IDM) 2.0' 비전을 발표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반도체 생산 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텔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와 TSMC가 모두 미국 내 대규모 반도체 파운드리 생산 거점을 구축하고 있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인텔은 21일(현지시간) 미국 오하이오주에 200억달러(24조원)을 투입, 2개의 첨단 반도체 공장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올해 하반기 착공 예정으로 2025년부터 반도체 양산에 들어간다는 목표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미국 반도체 제조 리더십을 회복하기 위한 인텔의 노력 중 또 하나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보다 탄력적인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고, 첨단 반도체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접근성을 갖출 것”이라고 밝혔다.
오하이오 공장은 인텔의 자체 칩뿐 만아니라 파운드리 서비스를 위한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인텔이 지난해 3월 선언한 IDM 2.0 비전의 핵심인 파운드리 사업의 중추 역할을 맡는다. 랜디르 타쿠르 인텔 수석 부사장 겸 파운드리 서비스 사장은 “오하이오 공장은 옹스트롬 시대를 위해 설계됐다”면서 “인텔 '18A'를 포함한 인텔 최첨단 공정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옹스트롬은 0.1나노미터(nm)로 반도체 제조 공정의 나노 시대를 끝내고 옹스트롬 시대를 연다는 인텔 의지를 반영했다. 인텔은 2025년 1.8나노 급인 '인텔 18A' 공정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인텔은 오하이오 공장을 최첨단 공정 제공을 위한 회사의 주력 생산기지로 활용할 예정이다.
추가 투자 가능성도 매우 높다. 인텔이 확보한 공장 부지는 1000에이커(약 4.04㎢)로 총 8개 공장을 수용할 수 있다. 이 부지 생산 능력을 최대한 확장할 시 총 투자금은 1000억달러(119조25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인텔은 설명했다.
오하이오 민간 투자 중 최대 규모로 인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인텔은 투자 초기 3000개 자체 일자리와 7000개 건설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봤다. 인텔은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램리서치, 울트라클린테크놀로지, 에어프로덕트 등 파트너와 지역 내 공급망까지 고려하면 수 만개의 장기 일자리가 만들어질 전망이다.
인텔이 지난해 9월 미국 애리조나에 2개 반도체 공장을 착공하고 이번에 반도체 생산 거점을 추가 확보하면서 삼성전자와 TSMC와 격전이 불가피해졌다. 삼성전자는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를 목표로 올 상반기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2공장을 착공한다. 투자 규모는 20조원 수준이다. 2024년 하반기 가동한다. TSMC도 애리조나 주에 120억달러(14조3100억원) 규모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진정으로 역사적인 투자”라고 인텔 투자 계획을 추켜세우며 미국내 반도체 생산 확대에 520억달러를 지원하는 '미국혁신경쟁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미국혁신경쟁법안은 지난해 6월 상원 통과 후 하원 계류 중이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