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가속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을 선호하던 중장년층도 온라인 쇼핑을 통해 상품을 구매하고 있다. 과거 상품을 체험하며 구매하기를 좋아하던 이들조차 코로나가 끝난다고 하더라도 계속 온라인 쇼핑을 이용하겠다고 이야기한다. 오프라인으로 구매하는 대표적인 상품인 명품과 자동차 역시 온라인 판매가 본격화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외출을 꺼리고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주택 다음으로 가장 비싼 재산이라고 불리는 자동차까지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브랜드가 증가하고 있다. 2021년 9월 판매를 시작한 현대차의 경차인 캐스퍼는 현대모터스튜디오를 제외하고는 길거리에서 흔히 보이는 현대차 매장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구매도 캐스퍼 웹사이트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딜러를 통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소비자가 직접 웹사이트에서 트림과 색상, 사양 등을 선택하고 결제하면 된다. 낯선 판매 방식임에도 출시 3개월 만에 판매량이 6000대를 넘어서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처럼 자동차조차도 온라인에서 구입하는 것에 점점 익숙해지면 수많은 자동차 매장들은 고객의 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변화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기존처럼 수많은 모델을 한 공간에 진열해 놓고 고객이 들어오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굳이 찾아가고 싶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작년 여름 오픈한 기아 강서 플래그십 스토어는 자동차 매장의 변화 방향성을 잘 보여 준다. 이 공간은 전시·체험·시승과 구매까지 모든 서비스가 한 공간 안에서 구현되는 매장으로, 각종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여 소비자들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타인과의 접촉을 꺼리는 소비자 심리를 간파하여 혼자 전시 차량을 살펴볼 수 있는 야간 무인 매장도 운영한다. 매장 내 3D 컨피규레이터를 이용해서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의 차량을 대형 미디어월을 통해 일대일 실물 크기로 확인할 수 있는 라이브 스케치 공간을 구성해 소비자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제공한다. 이 밖에도 40개 태블릿 PC에 연출된 기아의 모든 외장 컬러 중 마음에 드는 컬러 기준으로 해당 컬러의 차량 리스트와 제원도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컬러 컬렉션 공간도 눈길을 끈다.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들과는 다른 구동 방식을 가지고 있는 전기차인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는 신차를 출시하면서 별도의 팝업 스토어를 오픈했다. 일반 대리점처럼 단순히 차량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도슨트 투어를 통해 차량의 특징, 충전 방식, 소재 등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제공하고, 소비자들이 다양한 기능을 자유롭게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전기차에 관심이 있지만 온라인으로만 정보 검색을 하는 것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시간을 내어 방문하고 싶도록 만든 것이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매장이 모두 어려움을 겪는다고 생각하지만 통계청의 리테일 채널별 매출 증감을 보면 백화점과 편의점은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등 오프라인 매장이 성장 답보 상태인 것과는 매우 상반된 결과이다.
일상적인 쇼핑을 위해서는 더 이상 마트에 가지 않지만 당장 꼭 필요한 물품을 사거나 택배 보관이나 문서 출력, 심지어는 세탁물 서비스 등 간단하지만 생활에 꼭 필요한 서비스를 위해 편의점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증가한다. 단순히 쇼핑이 목적이 아닌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백화점을 찾는다.
앞으로 자동차 구매도 마찬가지다. 다수 브랜드가 온라인 쇼핑을 위한 플랫폼을 구축하는 상황에서 자동차 구매도 수년 내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 세상이 올 것이다. 그럼에도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는 소비자들은 지금처럼 단순히 차량 가격 확인이나 실차 시승 목적이 아닌 자신이 관심 있는 차에 대한 특별한 정보 탐색과 경험을 기대할 것이다. 획일적으로 전시된 수많은 자동차 매장이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매장 고유의 차별적인 경쟁력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김나연 이노션 인사이트그룹장 nykim@innoce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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