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눈치껏 운전하는 자율주행차는 언제 상용화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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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는 언제 상용화될까요.”

자율주행차 강의를 시작할 때면 학생들에게 물어보는 첫 질문이다. 가끔은 외부 특강을 할 때도 물어보는데 청중의 자동차 관련 지식 정도에 따라 그 결과는 매우 다르다. 5~6년 전만 해도 2023년 정도가 가장 많은 응답이었다면 최근에는 2030년 정도를 가장 많이 답하며, 2030년 이후라는 응답도 그 비율이 늘어 가고 있다.

그런데 이 질문은 제대로 된 질문일까. 자율주행차에 조금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답하기가 모호한 질문이란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여기서 자율주행차란 어느 정도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말하는 것인가. 미국자동차공학회(SAE)에서는 완전 수동 0단계부터 완전 자율주행 5단계까지 자율주행차를 6개 단계로 나누어 규정하고 있다. 즉 답하는 사람이 생각하는 자율주행차가 어느 수준이냐에 따라 답이 달라질 수 있게 된다.

그러면 5단계 완전 자율주행차란 어떤 수준의 차를 말하는 것일까. 순간순간 '눈치껏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를 얘기하지 않을까. 지금 끼어들기를 해도 되는지, 신호 없는 횡단보도를 지나가도 되는지, 비보호 좌회전 구간에서 좌회전해도 되는지, 신호등 없는 사거리에서 서로 잘 교행할 수 있는지 등 우리가 운전하다 보면 예기치 못한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고 그러한 상황까지 잘 판단해서 주행하는 그런 자율주행차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자율주행차 기술 수준이 가장 앞서 있다는 테슬라도 아직 완전한 자율주행차를 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2015년에 2년 안에 완전 자율주행차를 출시하겠다고 장담하던 일론 머스크마저도 2021년 7월 본인의 트위터 계정에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과소평가했다”라고 시인했다. 이때 머스크는 아마 눈치까지 볼 줄 아는 완전 자율주행차를 기대하고 한 얘기일 것이다.

완전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해서는 무엇이 중요할까. 법과 보험 등 제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련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핵심 해결책이 아닌가 싶다. 외국 기술을 그대로 도입하여 시범 서비스를 시작할 수는 있겠지만 세계를 선도할 우리만의 기술 확보를 위해서는 핵심 기술인력이 바탕이 돼야 한다. 이러한 목적으로 미국에서 DARPA 챌린지를 통해 자율주행 기술 붐을 일으켰듯이 우리나라에서도 몇몇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하는 자율주행차 경진대회가 개최되고 있긴 하다. 현대자동차 주최로 2년마다 이루어지고 있는 '자율주행 챌린지',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에서 주관하는 '대학생자율주행경진대회', 한국교통안전공단 주관 '국제대학생장작자동차경진대회'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자율주행경진대회를 더욱 확대하고 활성화함으로써 미래세대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머지않은 미래에 제주도를 차로 드라이브하다가 걷기 좋은 올레길을 만나면 차는 미리 내가 갈 곳에 보내 놓고 올레길을 천천히 걸으면서 관광할 수도 있고, 주차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쇼핑센터에서는 자율차 스스로 주차하게끔 하고 그 사이 쇼핑을 끝낼 수도 있으며, 주차공간이 적은 시내에 공연을 보러 갈 때 좀 떨어진 외곽에 자율차 스스로 주차하고 있다가 호출하면 와서 차를 몰고 집으로 간다든지, 꼭 모든 상황에서 완벽한 5단계 자율주행 기능을 구현하지는 못하더라도 제한된 범위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한 3단계 또는 4단계 기능이 완성된다면 우리 생활 패턴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달라질 것이다. 이러한 미래가 빨리 오기를 꿈꾸며 다시 한 번 질문해 본다.

'눈치껏 운전하는 자율주행차는 언제 상용화될까.'

황성호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한국자동차공학회 부회장) hsh0818@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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