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세계적 금융위기 직후 발간된 '카오틱스'(Chaotics)라는 책에서 마케팅의 구루라 불리는 필립 코틀러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이제는 예측 가능한 노멀에서 불확실하고 예측 불가능한 혼돈이 뉴노멀 시대가 됐다”고 했다.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로 세계가 불확실성 시대를 살아 왔다. 정상화로 가는 듯했지만 오미크론 등 변이 바이러스로 말미암아 세계가 다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럼에도 올해는 코로나19 치료제가 승인 후 상용화되고, 코로나19도 감기처럼 일상생활에서 함께 지내는 뉴노멀이 될 것 같다.
미디어 산업도 지난 2년 동안 이른바 혼란 시대에 있었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넷플릭스로만 대변되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코로나19와 맞물리면서 이제는 거의 모든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가 다양한 OTT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도 마찬가지로 글로벌 OTT 각축장이 돼 가고 있다. 이에 기존 유료방송 업계는 숨죽이며 이 혼돈 시대에서 생존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미디어 산업도 이제는 뉴노멀시대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이달 초 미국에서 2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리는 CES를 보면 참가 기업이 2년 전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한다. 그러나 참가방식을 다양화하는 등 이제는 뉴노멀시대 시각에서 바라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미국 케이블TV업계 2위 업체 차터의 토머스 러틀리지 최고경영자(CEO)는 전반적으로 업계가 지난 2년 동안 혼란스러웠지만 올해는 케이블TV 산업이 다시 정상화의 길로 들어설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차터의 전략은 지난 2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유료방송을 해지하는 고객에게는 OTT를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 주는 반면에 기존 고객에게는 다양한 방송 패키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뉴노멀로 돌아가는 것이다.
영화산업도 지난해에는 코로나19와 OTT 간 경쟁으로 많은 영화가 극장 개봉과 동시에 OTT에서 상영됐다. 그동안 금과옥조로 여겨져 온 영화의 전통적인 상영 창구 붕괴 속에 많은 혼란을 겪었다.
미국 할리우드 제작사의 하나인 워너브러더스는 비록 델타와 오미크론 변형 바이러스로 어려움을 겪겠지만 올해 영화 개봉 전략을 바꿀 계획은 없다고 했다. 영화 개봉과 HBO맥스에서 동시 상영하던 지난해 전략은 더 이상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는 선언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상영 기간은 줄었고, 많은 영화는 짧은 상영을 마치고 곧바로 OTT를 통해 시청할 수 있게 됐다.
정보기술(IT) 종합컨설팅사 딜로이트는 OTT 사업자에는 올해가 '이탈의 해'(The Year of the Churn)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독자는 식물원의 배고픈 벌새처럼 서비스와 서비스를 이동할 것이고, 그 결과 약 1억5000명의 서비스 해지가 예상되고 이탈률은 약 30%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엄청난 해지 사태에서 자유로운 두 서비스는 오직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다. 넷플릭스는 대부분의 가입자가 원하는 엄청난 콘텐츠 양으로 어디서나 몰아보기 시청이 가능하고 이와 대조적으로 디즈니는 어린이, 더 정확히는 건전한 패밀리 콘텐츠를 좋아하는 부모들이 고객이기 때문에 해지 사태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울 것이다.
글로벌 OTT가 주류를 이루고 나머지 OTT는 생존을 위해 콘텐츠와 운영에 대한 새로운 전략을 세워야 하는 뉴노멀시대가 도래했다.
금융위기 후에 불확실한 경제환경이 뉴노멀이 됐듯 디지털과 인터넷 세상에서의 미디어 산업에 코로나19가 몰고온 환경 변화가 뉴노멀이 돼 가는 듯하다. 디지털과 인터넷으로 미디어 빅뱅과 새롭게 다가오는 뉴노멀 시대에서도 생존을 넘어 성장하기 위해서는 준비된 자로 남아야 한다.
정부에서도 이런 충격파를 완화시키기 위해 유료방송에 대한 다양한 규제 완화와 진흥책을 마련·추진하고 있다. 뉴노멀 시대를 맞는 사업자 생존 전략 수립이 시급한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khsung20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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