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의원들과 윤석열 대선후보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통신조회 논란이 점점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명백한 불법사찰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 표명과 함께 면담을 요청하고 나섰다. 반면에 더불어민주당은 인적사항 정도를 확인하는 합법행위라고 맞받았다.
국민의힘은 30일 중앙선거대책위원회를 열고 공수처 통신조회 관련 일련의 사태에 대해 규탄하는 한편, 문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를 압박하고 나섰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공수처가 야당의 대선후보 부부까지 통신조회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과연 공수처가 실질적으로 헌법에 보장된 국민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공수처 존재에 대해서도 혹평을 이어갔다. 검찰개혁으로 탄생한 공수처가 과거 유신시절 중앙정보부와 비슷한 행태를 이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공수처 운영이 국민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며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이 해당 문제에 대한 입장을 표명할 것도 요청했다.
김기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문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김 위원장은 “박범계·전해철 장관을 교체하고 공정한 대선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제안할 것”이라면서 “제1야당 원내대표로서 문 대통령에게 공식 면담을 요청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공수처가 국민의힘 국회의원 80%에 달하는 81명에 대한 무차별 불법사찰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 의원들의 단체대화방도 털어갔다”면서 경악할 범죄행위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공수처의 통신 조회를 사찰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신현영 원내대변인은 이날 정책조정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2021년 상반기 공수처에 135건의 통신자료 제공이 이뤄졌다”면서 “이것은 통신에 대한 이용자 성명, 가입 해지 일자, 전화번호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수사기관에서 더 적극적으로 하는 것은 통신사실확인자료로 법원의 허가를 받았을 때 조회할 수 있다”며 “지금 공수처의 통신조회는 법원 허가 없이 하는 정보 조회”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선후보도 법령에 의한 행위로 사찰이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날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이 후보는 “통신자료 조회는 수사에 있어 매우 중요한 기초자료라 공수처가 한 것으로 보인다”며 “윤석열 검찰도 수십만건을 했으나 누구도 사찰이라 하지는 않는다”라고 했다. 다만 “지나친 것은 경계해야 한다. 수사를 위해 정말 필요한 경우로 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선후보는 SNS를 통해 “무릎을 꿇고 살기보다는 차라리 서서 죽겠다. 야당 대선후보까지 사찰하는 '문재명' 집권세력에 맞서 정권 교체 투쟁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김진욱 공수처장은 이날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야당 의원의 불법사찰 의혹 질의에 “수사과정에 있어 원칙적으로 얘기를 못하지만 국민 관심이 큰 고발사주 의혹사건 관련으로 윤석열 후보와 배우자 김건희 씨, 박지원 국정원장과 지인 등의 통신조회 사실은 있지만 과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발언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