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금융을 활성화하고 탄소중립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가 베일을 벗었다.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은 탄소중립 전환을 위해 과도기적으로 필요한 활동으로 인정돼 2030년부터 2035년까지 한시적으로 포함됐다. 반면에 원자력 발전은 일단 대상에서 빠졌다. 정부는 유럽연합(EU) 등 국제동향을 지속 파악하고 국내 상황도 감안해 원전 포함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환경부는 2년여에 걸쳐 마련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 가이드라인을 30일 발표했다.
K-택소노미는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물의 지속가능한 보전, 자원순환, 오염방지 및 관리, 생물다양성 보전 등 6대 환경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녹색경제활동을 분류, 진정한 녹색경제활동에 대한 명확한 원칙과 기준을 제시한다. 더 많은 민간·공공 자금이 녹색사업이나 녹색기술에 유입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과잉·허위 정보와 같은 '녹색위장행위(그린워싱)'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는 것을 목표로한다.
K-택소노미는 '전환부문'과 '녹색부문'으로 구분, 총 69개 세부 경제활동으로 구성된다. '전환부문'은 탄소중립으로 가는 중간과정에서 과도기적으로 필요한 경제활동으로 K-택소노미에 한시적으로 포함된다. '녹색부문'은 재생에너지 생산, 무공해 차량 제조 등 탄소중립·환경개선에 필수적인 64개 녹색경제활동을 포함한다.
LNG 발전은 국내 상황을 감안해 K-택소노미 '전환부문'에 포함됐다. 실제 한국은 석탄화력 발전 비중이 2019년 기준 40%로 미국(24%), 일본(32%), 독일(30%), 영국(2%), 프랑스(1%) 등 주요국 대비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다. 이에 LNG 발전소는 최소 2030년까지는 인정기간을 부여하되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기술동향 등을 감안해 최대 2035년까지 인정기간 연장여부 결정할 예정이다. 중·장기적으로 LNG 발전설비를 저·무탄소 발전설비로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또 LNG를 개질해 생산하는 수소(그레이수소) 대비 온실가스를 60% 이상 감축하는 '블루수소 생산'을 2030년까지 한시적으로 포함하되, 추후 기술 발전에 따라 감축 기준을 높이는 정책을 제시할 계획이다.
반면 원전은 탄소중립 시나리오,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등을 감안해 K-택소노미에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는 EU 등 국제동향과 국내상황을 감안해 K-택소노미 포함여부를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EU는 가스발전, 원자력 발전을 택소노미에 포함할지 여부를 검토·논의 중이다.
K-택소노미 '녹색부문'은 산업 분야에서 수소환원제철, 비탄산염 시멘트, 불소화합물 대체·제거 등 온실가스 감축에 필요한 핵심기술이 포함됐다. 발전 분야에서는 태양광, 태양열 등 재생에너지 생산활동 및 관련 기반 시설 구축 활동이 포함됐다. 수송 분야에서는 전기차·수소차 등 무공해 차량만 포함됐다. 탄소중립연료(E-fuel),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기술 등 중·장기 연구·개발이 필요한 기술도 포함됐다.
금융권이나 산업계는 K-택소노미 가이드라인 기준으로 녹색사업 해당 여부를 확인하고 녹색채권 발행, 녹색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다양한 녹색금융 활동 준거로도 활용할 수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K-택소노미를 활용한 금융권 시범사업 등 녹색분류체계가 금융시장에 조기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면서 “채권,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사업 단위 금융상품에 우선 적용하고 시범사업 과정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 등을 반영해 K-택소노미 가이드라인을 지속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2023년부터 K-택소노미를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에 전면 적용하겠다”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여신, 투자 등 다른 금융상품에 확대하는 한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정보공개'에 적용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