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위기는 4차 산업혁명 이후 디지털이 모든 상호작용의 중심이 되는 또 하나의 변곡점으로 작용했다. 이를 통해 개인과 조직, 사회 전반에 걸친 디지털전환은 우리 사회의 주요하거나 유일한 소통과 참여 모델이 됐다. 자동화 프로세스를 통한 생산성의 주요 동인이자 유연하고 투명하게 안정적으로 산업 전반을 이끌어 가는 핵심 동력으로 활용되고 있기도 하다.
이제 디지털전환은 이 시대가 끊임없이 변화하고 개선해 가기 위한 전제 조건이 됐다. 즉 디지털은 눈에 보이는 기술의 뒤편에서 신속하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데이터를 통해 더 똑똑하고 확장 가능한 인공지능(AI)과 결합함으로써 비록 겉보기에는 변함이 없지만 지금의 세상을 더욱더 증강하고 확장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의 2021년 '하이프 사이클'(Hype Cycle)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이에 따라 이번에는 하이프 사이클에서 제시한 2022년 새로운 기술 트렌드 가운데 두 번째 테마인 '성장 가속화'(Accelerating growth)에 대해 비즈니스 경쟁력 확보를 위한 디자인 싱킹의 역할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디자인 싱킹을 포함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 언급 이후 우리는 정치, 경제, 산업 등 그동안 사회 전반의 다양한 부분에서 “인간(시민) 중심적, 사용자 또는 고객 중심으로 움직이고 활동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우리는 특히 수많은 기업이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에 대해 그들이 얼마나 많은 약점을 안고 있는지 빠르게 인지했다. 이에 디지털전환을 넘어 가상현실(VR)과의 연계, 디지털 상거래, 대체불가토큰(NFT), 디지털 휴먼 등 기업은 그동안 숙제로 남겨 놓은 '혁신'이라는 단어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끄집어냈다.
그리고 혁신을 위한 사고방식에서 디자인 싱킹은 계속 조직의 우선순위로 올라서고 있다. 디자인 싱킹은 분석적 사고와 직관적 사고의 통합적 사고방식으로, 창의적 문제해결을 위한 접근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IBM기업가치연구소(IBV)에서 조사한 2021년 최고경영자(CEO) 연구 보고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전 세계 3000여명의 CEO와 공공 고위관리자 가운데 약 60%는 '팬데믹 이후 현실에서 성공하는 방법'을 주제로 한 이 연구에서 향후 2~3년 이내 최우선 과제로 '더 나은 고객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를 꼽았다. 이들은 또한 일부 조직의 경우 팬데믹에서 벗어나고 있지만 안정화는 아직 먼 상황이라며 “고객 경험은 우선순위로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밖에도 최근 홍수·화재·폭염 등과 같은 기후·환경 변화가 두드러지면서 인종적·사회적·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지속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요구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IBV는 문화·기술·운영 측면에서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디자인 싱킹의 사고방식과 활동 방식을 적용, 기업의 변환을 설계해 온 기업을 확인했다. 그 결과 그들은 동종 업계의 타 기업 대비 19% 이상의 더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었다. 상반기 예상 매출 증가율이 2020년 대비 58%나 높았다고 한다.
이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디자인 싱킹이 측정 가능한 비즈니스 결과로 변환 가능하다는 것, 이와 동시에 고객과 직원, 사회에까지 도움이 가능하다는 것, 디자인 싱킹을 수용한 조직은 변화하는 시장에 빠르게 대응하고 불확실성 및 혼란 속에서도 성공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은 디지털 전환 시대에 단순히 기술 혁신만이 경쟁 차별화의 핵심 요소가 아님을 시사한다. 결국 혁신을 주도하고 많은 산업을 변화시키는 촉매제는 핵심이 무엇인지 본질을 파악할 수 있는 사고방식과 활동방식에서 기인한다. 이를 통해 고객 경험을 직원 경험, 사용자 경험 및 다중 경험으로까지 총체적 경험으로 확장하고 성장을 가속화해 보면 어떨까. 새로운 변화도 그에 따른 가치도 함께 가속화할 수 있도록 오늘도 다시 한번 디자인 싱킹을 해보자.
김태형 단국대 교수(SW디자인융합센터장) kimtoja@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