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바이오사이언스가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CP-COV03' 대상 동물실험에서 항염증제 '덱사메타손'과의 병용 효과를 확인했다. 내년 상반기 내로 임상 2상을 마무리하고 긴급사용승인을 받는다는 계획이다.
현대바이오는 7일 “CP-COV03의 임상1상을 마치는 대로 보건당국에 임상2상을 신청, 늦어도 내년 상반기 내에 2상을 종료하고 긴급사용승인을 받을 계획”이라면서 “이를 위해 관계기관과 임상2상 계획을 협의하는 등 준비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CP-COV03는 구충제로 사용되는 니클로사마이드를 주성분으로 하는 항바이러스제다. 지난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착수한 현대바이오는 바이러스가 아닌 숙주세포에 작용하는 '숙주표적' 항바이러스제를 경구제로 개발하기로 하고 현존 약물 중 니클로사마이드를 최종후보로 선정, 첨단 약물전달체(DDS) 기술로 CP-COV03를 개발했다.
CP-COV03의 주성분인 니클로사마이드는 바이러스를 표적 삼는 여러 주요 항바이러스제와 달리 숙주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기전을 갖고 있어 오미크론, 델타 등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에 영향을 받지 않고 항바이러스 효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김경일 현대바이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주요 글로벌 제약사들이 개발 중인 코로나19용 항바이러스제는 '바이러스 표적' 기전이어서 변이 대응에 한계가 있다”며 “CP-COV03는 세포의 오토파지(자가포식)를 활성화해 세포로 침투한 바이러스를 제거하므로 변이와 관계없이 효능을 발휘하며 숙주세포를 표적으로 하기 때문에 코로나19 변종을 치료할 수 있는 범용약물”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바이오는 CP-COV03 임상2상 단계에서 코로나19와 독감용을 병행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CP-COV03가 코로나19 치료용으로 임상1상을 마치면 독감용 임상은 1상을 거치지 않고 2상으로 직행한다. CP-COV03가 코로나19 치료제로 긴급사용 승인을 받으면 독감치료제로 별도로 승인받기 전이라도 의료 현장에서 두 질환의 유사증상자에게 처방이 가능해진다. 이를 통해 코로나19와 독감의 동시 대유행(트윈데믹) 우려를 해소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현대바이오는 이날 'CP-COV03'와 현재 코로나19 중증 환자 치료에 쓰이는 스테로이드 계열 항염증제 덱사메타손을 경구제로 함께 투약한 결과 치료효과가 덱사메타손 단독보다 2.1배 높아졌다는 연구결과도 발표했다. 회사는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 위탁해 코로나19 감염 햄스터를 대상으로 효력시험을 수행했다.
진근우 현대바이오 연구소장은 “스테로이드계 약물인 덱사메타손은 면역 약화라는 부작용을 수반하므로 약화한 면역 대신에 항바이러스 효능을 내줄 병용 치료제를 찾아야 한다”며 “덱사메타손과 병용할 수 있는 최적의 짝이 CP-COV03”라고 말했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