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새로운 미국 파운드리 반도체 공장을 확정했다. 투자 인센티브 등을 종합 고려해서 텍사스주 테일러시를 최종 낙점했다. 삼성전자는 이를 계기로 오는 2030년 파운드리 세계 1위 달성이라는 목표에 매진할 수 있게 됐다. '기흥·화성-평택-오스틴·테일러'를 잇는 글로벌 반도체 생산 시스템이 역동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공장 확정은 여러 의미를 띤다. 우선 메모리에 편중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파운드리로 확장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삼성은 테일러 신공장을 시작으로 171조원의 거금을 파운드리 사업에 쏟아붓는다. 시장점유율 58%로 독주하는 TSMC를 거세게 추격할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 시장은 2024년까지 944억달러로 커진다. 반도체 시장의 승부처가 되는 셈이다. 이 시장까지 장악하면 삼성은 명실상부한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

또 다른 의미는 삼성의 경영 정상화라는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점이다. 미국 반도체 공장은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후 처음 확정한 투자 계획이다. 한동안 멈춰 선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이 탄력을 받을 것임을 시사한다.

특히 이 부회장은 이번 방미에서 다소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백악관 핵심 참모와 연방의회 의원들을 잇달아 만나 글로벌 공급망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하는가 하면 구글 최고경영자(CEO)와 차세대 사업도 협의했다. 그동안 총수 공백으로 멈춰선 글로벌 비즈니스도 다시 본궤도에 오른 셈이다.

삼성이 세계 파운드리 1위 목표를 이루려면 이 같은 움직임이 맞물려 나가야 한다. 대규모 투자로 생산능력에서 압도해야 하고, 고객인 글로벌 파트너도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 멀찌감치 앞서 있는 TSMC를 따라잡으려면 과감한 'M&A 빅딜'도 필요하다.

이 부회장은 출장길에 삼성 연구원들과 만나 “추격이나 뒤따라오는 기업과 '격차 벌리기'만으로는 거대한 전환기를 헤쳐 나갈 수 없다”면서 “힘들고 고통스럽겠지만 불가능을 가능으로 일궈서 아무도 가 보지 않은 미래를 개척해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 가자”며 신경영을 시사했다. 새로운 삼성이 다시 출발점에 섰다. 순항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