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일 마이데이터 서비스 시행을 앞두고 사전예약 마케팅이 과열되자 금융당국이 경품기준을 다시 손보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이 가입자 확보를 위해 시작한 대규모 경품 마케팅 수위가 지나치다고 판단했다. 마이데이터 서비스 가이드라인에 과도한 마케팅 금지 조항이 있지만 이를 사업자에 유리하게 해석해 사회 통념을 넘어선 수준의 과당 경쟁으로 흐르기 시작했다고 봤다.
현재 가이드라인에는 경제적 가치가 3만원을 초과하는 금전·편익·물품 등을 제공하거나 제공을 조건으로 서비스 가입 또는 전송요구권 행사를 유도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추첨 등으로 제공하는 경우 '평균 제공금액'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여지를 뒀다.
문제는 '평균 제공금액'에서 불거졌다. 1인당 최대 3만원을 예상 가입자수에 적용해 전체 비용을 산출해서 경품 규모를 설정한 사례가 속출한 것이다.
우리은행이 가장 먼저 내달 마이데이터 신규 가입고객 대상으로 5000만~6000만원대 '제네시스 GV60'을 경품으로 내걸었다. 이벤트 시작 직후 금감원 우려가 있었으나 평균 제공금액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고 이미 고객에게 노출이 된 만큼 이벤트를 유지하고 있다.
국민은행과 국민카드는 제네시스 GV70과 GV80을 각각 2대씩 총 4대 내건 사전예약·가입 이벤트에 돌입했다. 이 회사들 역시 평균 제공금액 기준으로 경품 비용을 산출했다.
금융사 한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이 1인당 최대 3만원이어서 예상 가입자 수 기준으로 비용을 산출해 해당 범위에 맞게끔 경품 규모를 설정했다”며 “1인당 3만원 비용을 각각 지불하는 것보다 경품 추첨 방식이 훨씬 비용이 적게 들어서 문제가 없다고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반발했다. 더 이상 오해 소지가 없도록 평균 제공금액에 대한 구체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과거 오픈뱅킹 도입 시 태블릿PC 같은 스마트기기가 최고 경품으로 나왔었고 모바일 금융거래가 스마트기기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이번에는 무리가 없다고 봤었다”며 “마이데이터도 스마트기기에서 이뤄지는 점을 감안해 오픈뱅킹과 유사한 수준에서 평균 제공금액을 구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국은 구체 방침을 결정하면 마이데이터 서비스 가이드라인에 반영할 계획이다. 또 은행, 카드, 증권, 보험 등 금융분야 협회에 일괄 정식 공문을 발송해 마이데이터 과당경쟁 자제를 요청하는 방안도 함께 살피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최근 시작된 마케팅은 시장 통념을 넘어서는 과도한 수준으로 판단된다”며 “시장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합심해야 하는데 지나친 모객 경쟁에 따른 악영향이 생길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이 준비한 경품 물량이 자동차 15대, 명품백, 골드바 등이라는 이야기까지 들릴 정도로 가입자 확보를 위한 초대형 마케팅에 사활을 건 분위기”라며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대부분 유사해 차별화가 어렵다 보니 시장 선점 경쟁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게 돼 문제”라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