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삶의 모습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그동안 경험해 보지 못했던 비대면 시대를 맞아, 우리는 전혀 다른 방식의 삶에 적응해가고 있다. 위드코로나가 선언되면서 마스크를 벗는다고 해도, 우리는 결코 코로나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전대미문의 침입자였던 코로나가 진정되면, 평온한 일상은 물론 회복될 것이다. 그러나 강요된 침묵의 시대를 지나오면서 경험했던 언택트의 시간과 공간에 우리는 이미 어느 정도 길들여져 버렸다.
특히 일부 직장인들은 다시 숨막히는 지옥철을 타고 출퇴근해 틀에 박힌 사무공간에서 칸막이 안의 좁은 자리에 앉아 일해야 하는 과거로 돌아기지 못할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비대면이 답답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또 누군가에게는 오히려 시공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창작자들에게는 코로나의 위기상황이 새로운 기회의 문을 열어주기도 했다. 멀티플렉스 극장이 한산하고 공연계가 불황이었다 해도, 넷플릭스와 같은 OTT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 안방관객들에게 ‘오징어게임’과 같은 메가 히트작을 선보일 기회가 열려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거대자본이 아니더라도 웹소설, 음악, 독립출판 등 새롭고 다양한 콘텐츠에 도전해 희망을 찾는 개인 창작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물론 내가 제작한 콘텐츠를 원하는 소비자를 만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글이든 음악이든 영상이든 사진이든 콘텐츠 소비자들은 클릭하는 순간 흥미를 느끼지 않으면 그대로 뒤로 가기 또는 스킵을 누르고 유통채널의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다른 콘텐츠로 시선을 옮긴다.
이런 경향은 이미 오래 전부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건 젊은 세대에 국한된 얘기였고 그래도 기성세대들 일부는 오프라인에서의 만남과 대면접촉을 통한 대화를 선호하면서 노트북이나 휴대폰 화면 속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비대면 시대에 접어들면서 비로소 전 세대를 막론하고 디지털 세계에 몰입하게 되었다는 것이 미디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그야말로 코로나19가 콘텐츠 무한경쟁의 신호탄이 된 셈이다.
앞으로 AR과 VR 기술이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콘텐츠 소비자들을 유입시키고 나를 닮은 아이콘들이 또 다른 내가 되어 소비의 주체가 되는 아바타 경제가 활성화되면 또 어떤 기회가 생겨날까.
1인 창작자들이 직접 제작한 콘텐츠를 업로드할 플랫폼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 모두는 콘텐츠의 생산자인 동시에 소비자도 될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에 역동적으로 참여하는 콘텐츠 프로바이더들은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콘텐츠의 홍수 시대가 되면 소비자들은 때로 좌표를 잃게 된다. 산더미 같이 쏟아지는 정보가 부담스럽고, 쓰레기 정보를 뒤지는 시간이 아까워진다. 그래서 흔히 ‘정보의 소화불량’이라고 불리는 기현상도 생겨나게 된다.
그렇다면 나의 창작물을 좋아해 줄 소비자는 도대체 어떻게 만날 것인가. 그 전략에 대해 고민하다보면 사실 정답은 없다. 트랜드를 쫒아가기 보다는 자신의 색깔을 기준으로 트랜드를 입히는 것이 콘텐츠 제작 방향의 적정성이라고들 말한다.
창작자로서는 어떻게 인기 콘텐츠를 제작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반대로 소비자로서는 인기콘텐츠를 찾는 것이 아닌 내가 원하는 콘텐츠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무수한 콘텐츠가 쌓여 있는 플랫폼 안에서 나의 콘텐츠가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콘텐츠”를 보여주고 공감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소비자의 공감이나 클릭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콘텐츠가 ‘웰 메이드 콘텐츠’라고 볼 수는 없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콘텐츠를 자유롭게 보여줄 수 있을 때 그것이 경쟁력이 될 것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곧 대중적인 콘텐츠라는 자신감이 필요하다.
말이 쉽지 초보자가 어떻게 자신감을 가질 수 있냐고 반문한다면, 정부 교육지원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는 방법도 있다.
경기 콘텐츠코리아 랩(이하 경기콘랩)은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 창작자를 대상으로 실습 중심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예를 들어 경기콘랩의 콘텐츠 창작 교육 프로그램 '창작모꼬지'는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6개 장르를 운영했다. 문자 분야(웹소설, 에세이), 이미지 분야(이모티콘, 웹툰), 영상 분야(1인 미디어, 숏폼콘텐츠)로 진행된 창작 교육으로 122명 참석, 92명이 수료하였으며, 45건의 콘텐츠가 제작됐다. 또 전문가 멘토링을 통해 창작에 대한 참가자들의 고민을 해소해주기도 했다.
더불어 높은 수요와 계속되는 수강 요청 등에 따라 ‘창작모꼬지 플러스’를 하반기 추가 운영하고 있다. 웹소설 심화반, 작사 입문반, 1인 오디오 입문반으로 구성된 이번 추가 과정은 지난 10월 23일부터 시작되었으며, 5주간 경기콘랩에서 소규모 대면 교육으로 운영중이다.
2022년에도 경기콘랩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한다. 콘텐츠에 꿈을 가진 개인 창작자들, 특히 콘텐츠 소비자를 만나지 못해 포기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도 도전해 볼 만한 과정들이 준비되고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