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의 디자인 싱킹Ⅱ]<17>초인공지능 시대의 디자인 싱킹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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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정부는 범부처 합동으로 '한국판 뉴딜 2.0' 전략 과제 중 하나로 디지털 초혁신(Hyper-innovation) 프로젝트를 공표했다. 이는 앞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 중 하나로 초연결, 초실감과 더불어 초지능(Hyper-intelligence) 시대에 대한 선도적 전환 및 핵심 신산업과 기술의 성장기반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서 초지능이란 초인공지능의 줄임말로서, 사전적으로는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의 두뇌를 뛰어넘는 월등한 지적 능력을 의미한다. 특히 '초'라는 접두어는 초능력과 같이 기존 단어가 가진 의미와 뜻을 넘어서는 '엄청나게 굉장한 무언가'로 단어를 강조하는 형태로 사용된다.

따라서 '초인공지능'이란 '그 이상을 뛰어넘는'이라는 뜻의 '뛰어넘을 초(超)'와 인간이 특정 지식이나 기술을 획득 적용할 수 있는 지적 능력을 인공적으로 구현한 것을 뜻하는 '인공지능'이라는 단어를 결합한 것이다. 기존의 인공지능을 넘어서 이를 통해 나타날 수 있는 궁극의 지능이라는 개념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를 뛰어넘어 새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한 방향에서 초인공지능 시대에 디자인 싱킹은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초지능을 지칭하는 능력은 단순히 컴퓨터를 통해 우리가 생각하는 인간보다 수리적 계산을 더 잘하는 정도를 넘어 다양한 분야별 지식 및 기술에 대한 창조성, 그리고 사회적 능력까지 포괄한다.

옥스퍼드대 철학과 교수이자 세계적 석학인 닉 보스트롬은 '슈퍼인텔리전스'라는 저서를 통해 기계가 인간 수준의 초지능 시대를 맞이하면 자신의 목적을 직접 실행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기계가 가진 지능의 진화인 초지능을 통해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디스토피아적 견해다. 이미 우리는 장애인, 동성애 등 차별과 혐오적 발언으로 3주 만에 서비스를 중단한 AI챗봇, 자살을 제안했던 정신과챗봇 등을 통해 짧게나마 유사한 경험을 했다.

미래학자이자 과학자인 레이 커즈와일 역시 '기술이 인간을 초월하는 순간, 특이점이 온다'라는 저서를 통해 인공지능의 진화도 과거 정보를 통해 패턴을 높여가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인류를 포함한 진화의 과정은 선형 또는 패턴으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이것은 패턴이 아닌 무질서로부터 생겨난다고 했다. 따라서 초지능은 인간에게 엄청난 복지와 번영을 가져줄 새로운 가치로써 유토피아적 견해를 제시하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유토피아든 디스토피아든 세상 속 진화는 무질서한 복잡성으로 흘러간다. 즉 무질서 속에서 일부를 질서로 쌓는, 혹은 인간중심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개체를 만들어 내는 중요한 접점으로 향하는 것이다. 이 접점의 단계를 우리는 '기술적 특이점(Technology Singularity)' 혹은 '지능의 대확산(Intelligence Explosion)'이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우리는 생물학적으로 이미 100여 종이 넘는 신경전달물질과 1000억개 신경세포, 100조개 시냅스로 이뤄진 복잡한 뇌를 통해 인간의 지능과 감정, 자의식까지 창발적으로 진화하고 있지 않은가.

이러한 과정 속에서 디자인 싱킹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인간중심의 창의적 문제해결 방식'을 넘어 '공감'을 통해 인간이 가진 내적 시스템(감정, 욕구 등)을 파악하고, 무질서하고 복잡다단한 문제들과 관계 속에서 해결방안을 찾아 나가는 접근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미래의 질서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과정의 결과물이다. 유토피아를 상상하든 디스토피아를 상상하든 우리는 그동안 상상과 경험으로 만들어진 지식과 지혜를 활용해 미래 질서에 반영해나갈 것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초지능을 넘어 인간으로서 우리는 무엇을 더 준비해야 하는가. 인간이 필요로 하는 가치를 보다 정교하게 창조하고 인간 중심의 집단적 의미로 만들기 위해 오늘 한번 디자인 싱킹에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김태형 단국대 교수(SW디자인융합센터장) kimtoja@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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