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사람 노태우, 이 사람 믿어주세요.”
노태우 전 대통령은 자신을 '보통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육군사관학교 동기이자 군사쿠데타 동지였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강력한 카리스마를 앞세웠다면 노 전 대통령은 '보통사람의 위대한 시대'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노 전 대통령은 1932년 12월 4일 경북 달성군 공산면 신용리(현 대구 동구 신용동)에서 면 서기였던 아버지 노병수 씨와 어머니 김태향 씨 장남으로 태어났다. 경북고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육군 보병 소위로 임관한 뒤 방첩부대 방첩과장과 육군본부 정보과장 등 '정치 장교' 길을 걸었다. 월남전 참전 후에는 육군참모총장 수석 부관, 공수특전여단 여단장 등을 거쳐 1978년 육군 소장으로 진급했다. 이때 대통령 경호실 작전차장보로 발탁됐다.
육군 9사단장이던 1979년 12월 12일 육사 11기 동기생인 전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 '하나회' 세력 핵심으로서 군사 쿠데타를 주도했다.
수도경비사령관, 보안사령관을 거친 뒤 대장으로 예편, 정무2장관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어 국회의원과 초대 체육부 장관, 서울올림픽조직위원장, 민주정의당 대표를 거치면서 군인 이미지를 탈색하고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 성과물로 대통령 직선제 개헌이 이뤄졌으나, 야권 후보 분열 반사 이익을 받으면서 같은 해 연말 대선에서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후보를 누르고 대한민국 제13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36.64%라는 역대 최저 득표율이었다.
5공 청문회 등을 열어 전두환 정권과 단절도 시도했다. 정치적 동지이자 후원자였던 전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끊은 순간이다.
퇴임 후 김영삼 정부 시절, 비자금 2628억원 조성, 12·12 군사쿠테타 및 5·17 내란 혐의 등으로 유죄가 확정됐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13년 동생과 재산반환 소송을 벌이면서까지 추징금 2628억원을 다 냈다. 추징금을 완납하면서는 “1만분의 1의 도리를 했다”고 했다. 아들 재헌 씨는 재작년 두 차례 광주를 찾아 5·18 민주묘지에 참배하고 희생자 가족들과도 만났다. 노 전 대통령은 투병 중이었다.
재헌 씨는 “신군부 일원이었던 아버지가 책임을 통감하고 사죄해야 한다는 생각은 분명하다”고 했다. 또 “그만하라고 하실 때까지 사과하고 싶다”고 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