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 서거]'보통사람' 노태우 "이 사람 믿어주세요"

“보통사람 노태우, 이 사람 믿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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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제13대 대통령을 지낸 노태우 전 대통령이 26일 숨졌다.사진은 1981년 국군보안사령관 노태우 대장 전역식. 연합뉴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자신을 '보통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육군사관학교 동기이자 군사쿠데타 동지였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강력한 카리스마를 앞세웠다면 노 전 대통령은 '보통사람의 위대한 시대'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노 전 대통령은 1932년 12월 4일 경북 달성군 공산면 신용리(현 대구 동구 신용동)에서 면 서기였던 아버지 노병수 씨와 어머니 김태향 씨 장남으로 태어났다. 경북고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육군 보병 소위로 임관한 뒤 방첩부대 방첩과장과 육군본부 정보과장 등 '정치 장교' 길을 걸었다. 월남전 참전 후에는 육군참모총장 수석 부관, 공수특전여단 여단장 등을 거쳐 1978년 육군 소장으로 진급했다. 이때 대통령 경호실 작전차장보로 발탁됐다.

육군 9사단장이던 1979년 12월 12일 육사 11기 동기생인 전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 '하나회' 세력 핵심으로서 군사 쿠데타를 주도했다.

수도경비사령관, 보안사령관을 거친 뒤 대장으로 예편, 정무2장관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어 국회의원과 초대 체육부 장관, 서울올림픽조직위원장, 민주정의당 대표를 거치면서 군인 이미지를 탈색하고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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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제13대 대통령을 지낸 노태우 전 대통령이 26일 숨졌다.사진은 1988년 제24회 서울 올림픽 개회식에 부인 김옥숙 여사와 함께 참석한 노태우 전 대통령. 연합뉴스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 성과물로 대통령 직선제 개헌이 이뤄졌으나, 야권 후보 분열 반사 이익을 받으면서 같은 해 연말 대선에서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후보를 누르고 대한민국 제13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36.64%라는 역대 최저 득표율이었다.

5공 청문회 등을 열어 전두환 정권과 단절도 시도했다. 정치적 동지이자 후원자였던 전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끊은 순간이다.

퇴임 후 김영삼 정부 시절, 비자금 2628억원 조성, 12·12 군사쿠테타 및 5·17 내란 혐의 등으로 유죄가 확정됐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13년 동생과 재산반환 소송을 벌이면서까지 추징금 2628억원을 다 냈다. 추징금을 완납하면서는 “1만분의 1의 도리를 했다”고 했다. 아들 재헌 씨는 재작년 두 차례 광주를 찾아 5·18 민주묘지에 참배하고 희생자 가족들과도 만났다. 노 전 대통령은 투병 중이었다.

재헌 씨는 “신군부 일원이었던 아버지가 책임을 통감하고 사죄해야 한다는 생각은 분명하다”고 했다. 또 “그만하라고 하실 때까지 사과하고 싶다”고 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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