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족쇄'
M&A 등 사업활동 신고-동의 필수
네이버-카카오 등 ICT 기업은 예외
사회적 영향력 중심 규제 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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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전기통신사업법이 기간통신사에 강력한 규제를 적용하는 반면에 온라인 플랫폼을 장악한 부가통신사의 데이터 독점을 견제하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기간통신사는 서비스 출시와 인수합병(M&A) 등 사업활동 전반에서 강한 사후규제가 적용되는 반면에 네이버와 카카오 등 부가통신사는 대부분 규제에서 자유롭다.

정보통신기술(ICT) 시장 규제 형평성 확보를 통한 안정적 성장을 유도하도록 기존 역무 중심 규제에서 벗어나 ICT 기업 사회적 영향력을 중심으로 규제하도록 제도개선 로드맵 수립이 시급하다.

◇기간통신사에 사전규제 집중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부가통신사는 기간통신사 이외 사업자다. 즉 전기통신망을 이용하는 사업자로, 네이버, 카카오, 구글,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이다.

ICT 시장 질서를 규율하는 핵심 법률인 전기통신사업법 사전규제는 기간통신사 역무 중심이다. 기간통신사는 진입 때부터 일정 자본 규모를 갖추고 정부에 등록해야 하는 반면에 부가통신사업자는 신고만 하면되거나 소규모 사업의 경우 신고가 필요 없다.

M&A와 관련 기간통신사가 방송통신기업을 인수할 경우 공정위·과기정통부 심사를 받아야 하고 합병 시에는 방송통신위원회 사전동의도 받아야 한다. 정부는 경쟁과, 공익,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심사해 결정한다. 반면에 부가통신사는 ICT 시장에 큰 영향이 예상되는 경우에도 공정위로부터 경쟁 제한성 위주로 심사를 받으면 되고 과기정통부에서는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이와 관련 미국은 플랫폼기업 부가통신사 M&A 요건을 강화하는 법률 개정을 추진 중이고 국내에서는 한준호 의원이 과기정통부가 부가통신사 M&A를 심사하도록 하는 법률안을 발의했다.

요금·이용약관 측면에서도 기간통신사에 규제가 집중된다. 기간통신사는 상품을 출시할 때마다 정부에 신고해야 하고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경우에는 정부가 15일간 심사해 신고 접수 여부를 결정한다. 부가통신사는 문자메시지를 이용하는 특수유형의 서비스를 제외하면 요금 신고 의무가 없다.

각종 정보제공과, 콘텐츠, 온라인상거래 등 기간통신사와 부가통신사 간 서비스 경계가 모호해지는 상황에서 규제 환경은 기간통신사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가통신사 위주로 ICT 시장 재편

전기통신사업법은 전기통신 역무와 관련한 물적 인프라 집중과 독점을 막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운영한다. 기간통신사는 상호접속과 도매제공, 설비제공, 설비에 대한 정보제공 등 의무를 지닌다. '연결'이 본질인 통신산업 특성을 고려해 특정 통신사가 설비를 독점해 경쟁사를 배제하는 행위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제도 장치다.

부가통신사 핵심 서비스 모델인 온라인 플랫폼 사업 또한 이용자와 기업, 이용자와 이용자, 기업과 기업 간 데이터를 연결하며 경제가치를 창출하는 게 본질이다. 하지만 무형 인프라인 데이터에 대해서는 공정한 이용을 견제할 장치가 없는 실정이다.

부가통신사는 기간통신사 지위를 역전할 정도로 성장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2020년 매출 합계 9조4608억원, 영업이익 1조6713억원을 기록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같은 해 총매출 55조9590억원, 총 영업이익 3조4196억원을 기록했다. 이통 3사는 주요 부가통신사에 비해 매출이 6배 높았지만 영업이익은 두 배 밖에 안돼 수익성이 낮다는 방증이다.

네이버·카카오 시가총액은 2020년 약 105조6000억원으로 집계됐지만 이통 3사 시가총액은 34조4000억원으로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기업 미래 가치를 반영한 시가총액과 관련해서는 부가통신사가 압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SK텔레콤이 미디어, 보안, 커머스 등 비(非) 통신사업을 인적분할해 SK스퀘어를 설립한 것은 상징적 사건이다. SK텔레콤 기업분할은 기업구조 최적화와 동시에 규제에 벗어나 자유롭게 투자하고 사업하며 회사를 성장시키겠다는 의지다. KT도 다양한 미디어콘텐츠 부문 분사를 단행한 데 이어, 클라우드 등 다양한 분야로 분사를 검토 중이다.

◇역무 중심 규제에서 사회적 영향력 중심 규제로

부가통신사 성장은 일부 부작용을 불러일으키며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이 이뤄졌다. 지난해 부가통신사의 서비스 안정수단 확보를 의무화하는 일명 '넷플릭스법'이 도입됐고 n번방 사태 이후 불법콘텐츠 차단조치 등이 명시됐으며 부가통신사업자 대상 실태조사가 명문화됐다. 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 부가통신사를 대상으로는 대리인지정 의무화가 도입됐다. 그럼에도 전기통신사업법은 특정 사건이 여론화될 때마다 '땜질식'으로 제도가 개선됐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전체 ICT 시장에서 기간통신사와 온라인플랫폼·부가통신사 역할을 재정립하고 사회적 영향력을 기준으로 규제할 수 있도록 전반적인 제도 개선사항을 도출하고 로드맵을 확립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 견해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온라인플랫폼의 경우 시장영향력 확대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자사우대 또는 경쟁 병목 행위 등 나쁜 독점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며 “특정역무와 서비스 중심의 규제 체계에서 사회적 영향력을 중심으로 규제하도록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