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웹드라마 '오징어게임'이 국내외에서 선풍적 인기를 얻는 가운데 등장인물 중 한국에서 일하다 손가락이 절단됐지만, 산재 보상을 받지 못한 외국인 노동자가 1300건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드라마 속 '알리'처럼 산재보상을 받지 못한 건수가 많다는 것이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연도별 국내 체류 외국인 노동자 산재 신청 및 승인 현황'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노동자 산재사고 1321건이 산재 승인을 받지 못했다.
2017년부터 올 7월까지 국내 체류 외국인 노동자의 산재 신청은 등록 외국인 3만 3003건, 미등록 외국인 2053건 등 총 3만 5056건이었다. 이 가운데 산재로 인정된 건은 3만 3735건으로 전체 96.2%를 차지했다. 나머지 등록외국인 1244명, 미등록 외국인 77명 등 1321명은 산재 신청에도 불구하고 산업재해로 인정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불법체류 등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2053건의 신청건수 대비 96.2%인 1976건이 산재로 인정받았다.
재해유형별 산재 승인 현황을 보면, 업무상 사고로 인한 산재 승인건수가 5년간 3만2399건으로 전체 승인건수 중 96.1%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업무상 질병으로 인한 산재 승인은 555건(1.6%),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 등으로 인한 산재 승인은 761건(2.3%)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산재 승인건수가 15,093건(44.7%)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건설업 1만836건(32.1%), 농업 573건(1.7%), 운수·창고·통신업 248건(0.7%) 순이었다.
또 2017년부터 올 6월까지 산업재해를 입은 외국인 노동자는 3만2397명으로 나타났으며, 이 중 사망자는 569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사업장 규모별 현황을 보면, 5인 미만 사업장의 외국인 노동자 산업재해자가 2만7492명(사망 44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50~99인 2122명(사망 41명), 100~299인 1765명(사망 53명) 순으로 나타나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외국인 노동자의 산재 발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준병 의원은 “근로기준법상 국적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만큼 불법체류 등의 여부와 관계없이 노동을 제공하는 모든 자는 산재보상 대상”이라며 “실제 최근 5년간 불법체류를 포함한 외국인 노동자의 산재 신청 대비 승인률이 96.2%인 것은 내국인과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농·어업에서 상시근로자 수가 5인 미만 자영업 형태인 경우 여전히 법적 사각지대로 남아있고, 산재 신청조차 하지 못한 외국인 노동자들도 존재할 가능성이 높아 불법체류를 비롯한 외국인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실태를 점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