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주년을 맞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앞에 놓인 과제가 산적하다. 모빌리티 기업 전환에 앞서 풀어야 할 당면 과제도 산적해 있다.

가장 시급한 일은 반도체 수급난 해결이다. 코로나19 재확산과 반도체 부품 수급 차질로 현재 현대차그룹은 공장 가동 중단을 반복하고 있다. 현대차는 충남 아산공장 라인이 몇 차례 멈췄고 미국 앨라배마 공장을 가동을 일시 중단하는 등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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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관련 업계는 하반기 이후 반도체 수급 상황이 나아지면서 공장 가동 중단 기간이 점차 줄 것으로 예측했으나 동남아시아 반도체 협력사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여전히 차량 출고가 지연되고 있다. 시장 조사 기관은 반도체 부족에 따른 부품 수급 위기가 내년까지 지속되고 자동차 산업 생태계에 미치는 여파가 2024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국내외에서 총 28만1196대를 판매하며 작년 동기 대비 22.3% 감소했다. 3개월 연속 감소세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반도체 핵심 기술 내재화를 추진하며 반도체 개발을 계획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구체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

지배구조 개편도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최대 난제다.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내고 대주주 지배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미래차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한 사업구조 개편을 수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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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에 정박 중인 현대글로비스 자동차 운반선.>

현재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21.4%)→현대차(33.9%)→기아(17.3%)→모비스 △기아(17.3%)→현대제철(5.8%)→모비스(21.4%)→현대차(33.9%)→기아 △현대차(4.9%)→글로비스(0.7%)→모비스(21.4%)→현대차 △현대차(6.9%)→현대제철(5.8%)→모비스(21.4%)→현대차 등 네 개 순환출자 구조를 가졌다.

2018년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정 회장은 시장 친화적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야 한다. 정 회장 취임 1년이 지났고 안정적 경영 성과를 입증한 만큼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할 분위기는 충분히 무르익었다는 평가다.

정 회장의 현대차그룹 지분은 현대차 2.62%, 기아 1.74%, 현대글로비스 23.29%, 현대모비스 0.32%, 현대엔지니어링 11.72%, 현대오토에버 9.57% 등이다.

금융투자업계는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이후 정 회장이 지분을 매각해 확보한 자금으로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여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시나리오를 거론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달 말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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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 자리한 현대차 전시장.>

중국 시장 재건도 정 회장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숙제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실적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코로나19 기저효과에도 중국 시장은 회복세를 타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상반기 중국에서 총 24만9233대를 판매했다. 작년 상반기(27만9403대)와 비교해 10.8% 감소한 수치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상반기 중국 판매량(41만6684대) 대비 40.2% 감소했다.

최근 정 회장은 중국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며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중국 현지법인인 베이징현대와 둥펑위에다기아를 각각 현대차와 기아의 대표이사 산하로 재편했다. 연구개발과 상품 부문 역시 본사 연구개발본부와 상품본부 책임 체제로 전환했다. 2030년까지 중국에 총 21개 전동화 라인업을 갖춰 현지 전동화 시장을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정몽구 명예회장의 숙원이던 서울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도 지연되고 있다. 이달 터 파기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현대차가 내년 7월로 연기를 요청하는 환경보전방안서를 제출한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최고 높이를 70층이나 50층으로 낮추고 건물 개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설계 변경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고차 시장 진출 문제도 표류하고 있다. 중고차 업계와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며 상생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업계는 현대차가 중고차 거래 시장에 진입하면 중고차 시장 전반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높아져 시장 규모가 지금보다 두 배 이상으로 성장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