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오징어게임'이 화제다. 3일 인도에서도 차트 1위를 차지하면서 넷플릭스가 정식 서비스되는 모든 국가에서 1위를 석권했다. 방탄소년단(BTS)과 영화 '기생충'에 이어 K-컬처의 자랑이 됐다. 해외에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딱지치기' 열풍까지 불고 있다.

그래서 봤다. 완주했다. '오징어게임'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넷플릭스 인기 콘텐츠에 영화 '아수라'가 올라온 모습이 보였다. 배우 정우성이 부패 경찰 역할로 나온다는 것만 알고 큰 관심은 없던 영화였다.

그런데 보고 싶어졌다. 대선 정국을 집어삼킨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과 유사하다는 말이 많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대권주자 홍준표 의원이 “꼭 영화 '아수라'를 보는 기분”이라고 언급한 뒤 '아수라'는 걸그룹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처럼 역주행하며 넷플릭스 한국 차트 3위에 올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3기 신도시 비리 사건을 넘어 단군 이래 최대 부패 스캔들이라는 지적까지 나온 대장동 '화천대유 스캔들'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한 결과다. 영화 연관 검색어에 여당 유력 대권주자 이재명 경기지사가 나오고, 영화 속 부패검사가 화천대유 퇴직금으로 50억원을 받은 아들을 둔 국회의원이라는 '풍문'도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서로를 '몸통'이라 지목하며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관련 뉴스가 매일 쏟아진다.

그런데 아직 영화 시작 버튼도 누르지 못했다. 재미와 완성도, 결말을 떠나 뒷맛이 개운치 못할 것 같기 때문이다.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의 형수 욕설 음성 파일을 확보하고도 듣고 싶지 않은 그런 이유다. 지금도 듣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주변에는 이 지사가 살아온 과정을 되짚으며 이해된다는 이도 많아졌다. 살아오면서 가족 간 불화를 많든 적든 겪었을 40~50대의 지지율이 높은 이유라는 말도 있다. 이 지사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무색할 정도다.

일부 영화, 드라마, 게임 등에선 '허구적으로 창작' '실제와 같아도 우연'이라는 문구를 집어넣는다. 영화 '아수라'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는 말이 있다. 현실이 영화처럼 '아수라'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Photo Image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