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100대 내각총리대신에 기시다 후미오 전 외무상이 취임한다. 기시다는 29일 일본 도쿄의 한 호텔에서 열린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고노 다로 행정담당 개혁상을 누르고 집권 자민당의 새 총재로 선출됐다. 일본은 의원내각제로, 집권당 총재가 정부 수장인 내각총리대신이 된다. 자민당은 중의원 단독 과반과 함께 참의원에서는 연립여당인 공명당과 함께 과반을 점하고 있는 집권당이다. 기시다는 다음 달 4일 소집되는 임시국회에서 스가 요시히데 총리 후임으로 선출된다.
기시다는 4명이 경쟁한 1차 선거에서 전체 764표 가운데 256표를 얻어 255표를 얻은 고노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1차 선거가 국회의원과 당원·당우 비중이 각각 382표로 같지만 결선 투표는 국회의원(382표) 영향력이 당원·당우(47표)보다 커지는 구조다. 기시다는 1차 선거에서 국회의원 표를 고노보다 60표 많은 146표 확보, 당선을 예고했다.
다만 과반의 표를 얻지 못해 1·2위가 겨루는 결선 투표를 통해 당선됐다. 기시다는 최종 결선 투표에서 257표를 얻었다. 고노는 170표에 그쳤다.
고노는 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렸지만 패했다. 일본 언론은 고노 패배 이유에 대해 탈원전을 주장한 이력과 아베 신조 전 총리 경쟁자인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과 공조하며 주요 노장파가 기시다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했다.
자민당 새 총재가 된 기시다는 소프트파워를 활용한 외교 정책을 옹호하는 등 보수·우파 성향이 강한 자민당 내에서는 온건파로 분류된다. 다만 포스트 아베로 불리는 등 역사 문제 등에선 아베 전 정권의 기조를 이어 갈 것으로 보인다. 아베 전 총리 시절 약 4년 8개월 동안 외무상으로 재직했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2015년 한·일 외교장관 합의 당사자이기도 하다. 개헌과 국방력 강화, 대북정책에서 대화보다 압박을 중시하는 스타일로 분류된다.
특히 강제징용,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한국이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강경 노선을 이어 갈 것으로 관측되면서 경색된 한·일 관계가 급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