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이 이차전지 소재 계열사 포스코케미칼의 양극재·음극재 생산능력을 2025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포스코케미칼이 관련 설비 투자에 나선 가운데 내부 계획이 외부로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기존에 밝힌 목표 시기가 2030년이라는 점에서 포스코그룹이 물밑에서 이차전지 소재 속도전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세계 최고 수준 양극재와 음극재 기업과 포스코케미칼의 생산능력을 내부 비교한 결과 현재 시점 기준으로 양극재는 크게 뒤처지고 음극재는 세계 4위 정도 수준”이라면서 “진행 중인 대규모 설비 투자 등을 감안하면 오는 2025년 양극재와 음극재 생산능력이 이들 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준까지 올라설 것으로 예측한다”고 말했다.
올해 초 포스코그룹은 세계 최고 이차전지 소재 기업으로 전환을 발표하면서 2030년까지 양극재 40만톤, 음극재 26만톤 생산체제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이차전지 소재 세계 시장 점유율 20%, 매출액 23조원을 제시했다. 포스코그룹은 공개 목표와는 별개로 이를 앞당기는 속도전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포스코케미칼은 2019년부터 올해 2분기까지 광양 공장 양극재 신·증설과 음극재 2공장 증설 등에 2049억원을 투자했다. 각각 투자 마무리 시점인 2022년 11월, 2024년 3월, 2022년 12월까지 총 7304억원을 투입한다.
포스코케미칼은 최근에도 관련 투자를 단행했다. 지난 7월 포항 공장에 전기차 배터리 투입량 기준 6만톤 규모 차세대 양극재 증설에 착수했다. 총 투자금액은 약 6000억원에 이른다.
포스코그룹이 2025년을 양극재·음극재 생산능력 톱 티어 기업 도약 시기로 잡은 것은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역전하는 시점과 맞물리기 때문으로 보인다. 통상 이차전지 배터리는 전기차 원가의 40%, 양극재·음극재는 배터리셀 원가의 37%를 차지한다. 전기차 판매량이 늘면 이차전지 배터리 핵심 원료인 양극재와 음극재 원료 수요는 덩달아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는 포스코케미칼 실적과 직결된다.
포스코그룹은 양극재·음극재 속도전을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생산능력 확대에도 안정적인 판매를 예상한다. 세계 완성차 업체들이 잇달아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와 현대·기아차, 폭스바겐, GM, 도요타, 르노-닛산 등이 대표 예다.
포스코그룹 한 관계자는 “포스코가 자동차 소재 사업을 오래 해왔기 때문에 세계 완성차 업체들과 네트워크가 탄탄하고 판매 경쟁력이 앞선다”면서 “배터리 소재 경쟁력이 높아지면 더 많은 고객사를 확보할 수 있고 특히 다수 세계 완성차 업체들과 초기 단계 벤더 협력(EVI)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