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시트(자금회수)에 성공한 경영자가 재창업에 나설 때 기존 투자사 자금이 몰린다. 경험이 있는 창업가의 '성공 DNA'를 높이 산 결과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한 번 창업 후 자금 회수까지 마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다시 회사를 만들 때 기존 투자사가 투자 파트너로 적극 참여하는 추세로 나타났다.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앱) '호갱노노'로 주목받은 심상민 대표는 인수한 '직방'을 떠나 최근 새로운 스타트업 '카페노노'를 차렸다. 재창업에 나서자마자 호갱노노에 초기 투자해서 큰 차익을 거둔 액셀러레이터 프라이머가 다시 시드 투자에 나섰다. 호갱노노는 2018년 4월 직방에 인수됐고, 심 대표는 직방과의 3년 계약이 최근 종료되면서 지난 5월 퇴사했다.
에듀테크기업 '바풀'을 네이버에 매각한 이민희 대표도 지난달 재창업에 나섰다. 여기에도 이전 투자사들이 대거 시드 투자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벤처캐피털(VC) 업계 관계자는 “이 대표가 어린이들을 위한 용돈관리 서비스를 창업 아이템으로 추진하고 있다”면서 “기존 투자사들이 묻지도 않고 초기투자 자금을 넣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대학생 공동구매플랫폼 '타운어스'에 이어 평판조회 플랫폼 '스펙터'를 창업한 윤경욱 대표도 올해 시드 투자 포함 총 12억원의 누적 투자자금을 확보했다. 스파크랩이 첫 번째 창업에 이어 두 번째도 투자를 이어 갔다. 올해 1월 출시한 평판 조회 서비스 스펙터는 출시 7개월 만에 2000개사 이상의 기업이 가입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투자업계가 경험이 있는 창업가에게 재투자하는 것은 이미 앞선 성공 경험을 공유했기 때문이다. 신뢰가 쌓인 데다 큰 투자 수익을 남겨 줬다는 호감도 작용한다.
과거 수년간 기업의 경영·위기관리 능력을 지켜봤기 때문에 CEO에 대한 검증 절차는 필요하지 않다. 스타트업 업계에서 성공 지표로 평가받는 '엑시트'를 성공시킨 것이 큰 평가 항목이다. 엑시트는 상장이나 인수합병(M&A) 등으로 공개된 시장에서 일반 투자자들로부터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것은 물론 비즈니스 모델까지 검증받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또 대부분 연쇄 창업가는 기존 창업 멤버들과 함께 재창업하는 사례가 많다. 경험 있는 우수 인재로 구성되기 때문에 '맨파워'가 강점이다. 심상민 대표의 새 출발에도 기존 호갱노노 직원 15명이 함께했다.
송은강 캡스톤파트너스 대표는 “김재현 씽크리얼즈 대표가 카카오에 회사를 매각한 뒤 당근마켓을 창업해 유니콘으로 도약한 것처럼 연쇄 창업 성공사례가 늘면서 투자업계가 주목하고 있다”면서 “스타트업은 차별화한 비즈니스 모델만큼이나 '리더와 팀원'을 중요한 투자 포인트로 본다”고 강조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