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재미있으니까"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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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나온 게임 '디스코엘리시움'을 뒤늦게 플레이했다. 소규모 개발사의 게임이어서 그래픽도 그리 좋지 않고 사용자환경(UI)도 깔끔하지 않았다. 메시지 전달 방법은 대단했다. 누워서 플레이하다 어느새 제대로 앉아서 패드를 고쳐 잡고 플레이했다.

게임 배경인 레바숄은 과거 '세계의 수도'로 불린 도시다. 50년 전에 일어난 공산혁명이 성공했지만 곧바로 열강이 개입해 학살로 끝난, 폐허에 가까운 도시다. 이용자는 혼란 속에서 신자유주의자, 사회주의자, 도덕주의자, 전통주의자, 파시스트, 인종차별주의자를 만난다. 게임은 건조하게 도덕·이념·정치 관련 질문을 건네지만 섣불리 재단하려 들지는 않는다.

개발자는 프랑스혁명과 파리코뮌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자유주의의 패악, 노동운동의 허상, 공산주의의 비현실성을 지적한다. 게임 플레이어가 이념과 자기 내면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 듯하다.

나는 게임을 하면서 관련 서적을 찾아봤다.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더 몰입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게임을 하면서 종종 있는 일이다. 게임 '대항해시대'에서는 문화 지리를 깊게 공부하고, '댓드래곤캔서'를 하면서 애도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했다. 하다못해 야쿠자 이야기를 다룬 '용과같이7'을 할 때는 정치·사회·경제 부문의 어두운 면이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고민하기도 했다.

게임이 말 그대로 게임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재미있으니까 스스로 탐구하게 한다. 영화보다 영상미가 떨어지고 소설보다 상상력을 덜 자극하는 게임이 게임만의 독특한 경험 요소를 만들어 내는 이유다. 정부가 강제적 셧다운제를 폐지하면서 교육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공익 요소 결합 게임을 개발한다고 한다. 지금까지 교육용 게임의 전례를 봤을 때 우려스럽다. 교육 목적에 집중한 나머지 게임 매체의 특징을 전혀 살리지 못한 경우가 왕왕 있었다.

서류와 기한에 시달리는 정부 지원사업에서는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디스코엘리시움'이나 '바이오쇼크'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 같이 명작으로 평가받는 작품이 게임 자체만으로 재미와 함께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점을 기억해 주면 좋겠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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