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미군 철수 계획에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은 인구 3800만명의 아프가니스탄 국가를 하루아침에 무혈 점령했다. 탈레반이 집권했으니 마약 거래를 중단시키기 위해서 양귀비 재배를 금지할까. 회교도 율법에 따라 여성 인권 신장은 물 건너간 것인가. 미국에 9·11 비슷한 테러 사건이 재발할까. 자주 국가 아프가니스탄의 인구 3800만명에 대한 안위는 그들이 결정할 일이어서 밖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베트남에서 1973년에 시작한 미군 철수는 미국 내부의 정치 결단 때문이었다. 베트남 공산화는 미국 문제가 아니었다. 종전 후 남베트남의 지도층 인사 250만명이 공산주의 교육을 받다가 사라졌고, 북베트남 공산 정권이 집권해서 한국을 비롯한 자유국가와 협력해 경제 발전에 매진하고 있다. 주변의 동서 진영 싸움에 동참해서 내부 정권 투쟁을 하던 라오스와 캄보디아는 아직도 공산화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있다. 동서 진영의 대리전쟁을 구실로 내세운 내부 정권 투쟁은 1억2000만명의 인도차이나 반도 주민에게 너무나 엄청난 피해를 안겼다. 동서를 막론하고 집권자는 무엇을 위해 그렇게 많은 사람을 희생했는가. 국민이 잘살게 해 준다던 집권행위는 이제 부정부패가 됐다.
우리는 베트남의 전쟁에 참여하고, 기업에 투자하고, 축구 코치도 보내줬다. 아프가니스탄도 국민이 스스로 잘살려고 경제 발전을 한다면 우리가 도울 것이 많다. 러시아 공산주의가 몰락한 이후 이념 전쟁의 의미는 사라졌다. 국토 확장을 위한 전쟁은 필요가 없어졌으며, 시장경쟁을 하다 보니 평화적으로 협력도 하고 분쟁도 난다. 2차 세계대전 후 동서 진영으로 분리된 나라 가운데 통일된 나라는 독일뿐이다. 그것도 전쟁이 아니라 동독 지역 주들이 스스로 독일연방공화국에 가입해 이뤄진 것이다. 과거 동독 지역은 아직도 경제 부문은 협력하지만 독자 운영이 되고 있다. 원래 동독도 국가 명칭은 독일민주공화국이었다.
북한 명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고 남한의 대한민국도 민주주의공화국이다. 엉뚱한 시나리오 한 편을 생각해 보자. 휴전을 현 상태로 종전 선언하고 미군(유엔군)이 철수한다면 남북통일이 되는 것인가. 남한 진보정권의 의도는 한 국가 체제로 합치는 것이 아니니 통일이 아니다. 경제 부문의 협력은 개성공단을 확대하면 효율적일까. 개성공단은 아직 남한 기업의 하청 생산기지일 뿐이다. 문화 부문의 협력은 한반도기를 들고 올림픽에 공동 참여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K-팝, 방탄소년단(BTS)은 이미 세계화가 됐기 때문에 태극기나 한반도기가 필요하지 않다. 정권은 서로 독립적이고 경쟁적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닌가. 같은 민주공화국이라 해도 남한은 자유 선거로 대통령을 선출하고 북한은 지도자를 세습 체제로 정하고 있다. 자유 선거 체제와 세습 체제 문제는 한 정권이 무너지는 얘기이니 애초 타협 대상이 아니다.
오래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선군정치'를 할 때 북한의 '주적은 남한, 일본, 미국'이었다. 미군을 따라 청천강까지 진격한 남한 국군을 중공군이 주도해서 한강 이남으로 후퇴시킨 뒤 휴전했고, 일본은 2차 대전 패전국으로서 군비 투자를 할 수 없으니 실질적인 주적으로는 미국만 남았다. 그래서 원자탄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에서 공격하는 잠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필요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뭐라 했는가.
남한은 방어무기로 지하 벙커까지 뚫는다는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인 타우루스 미사일을 보유하고 북한의 핵폭탄 이동 경로만 주시하고 있다. 핵폭탄은 북한 개성에서 터져도 남한 인구의 절반이 사는 경인 지구는 쑥대밭이 된다. 터지기 전에 군 지휘본부를 타격해서라도 핵폭탄을 이용한 북한의 공격을 막아야 한다. 핵폭탄이 터지면 한쪽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다 함께 죽는다. 미국과 옛 소련이 동서 진영으로 나뉘어 군비 경쟁을 할 때와 같은 양상이다. 북한의 비핵화가 해결책이라고? 미국과 남한이 신포리 발전소를 완성해 줘도 북한은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을 자기네 살길로 받아들여야 한다.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와 베트남 철수가 이미 보였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서 칼날 같은 결정을 해야 할 우리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에게 무엇이라 하고 있는가.
배순훈 전 정보통신부 장관 soonhoonbae@gmail.com
-
김현민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