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커머스, 덩치는 컸지만 수익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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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국내 e커머스와 TV홈쇼핑 등 비대면 쇼핑 플랫폼의 수익성이 지난해보다 크게 악화됐다. 소비심리 회복과 온라인 특수로 덩치는 커졌지만 출혈 경쟁이 이어지면서 밑지는 장사를 했다. 시장 재편이 빨라지면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기형적 사업 구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쿠팡, 11번가, SSG닷컴, 롯데온 등 주요 e커머스 기업은 올해 2분기에 외형이 커진 만큼 적자 규모도 늘었다. 온라인 쇼핑 산업을 둘러싼 경쟁이 격화하면서 물류와 마케팅 등 플랫폼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비용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쿠팡은 올 2분기에 순손실 5억1800만달러를 봤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적자폭이 4배 이상 늘었다. 덕평물류센터 화재로 인한 재고 손실이 약 3400억원 선반영됐지만 이를 제거해도 적자 규모가 2배 이상 커졌다. 이는 시장 격차를 벌리기 위한 고강도 마케팅 경쟁 지속과 물류 투자를 확대한 영향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쿠팡의 매출은 44억7800만달러(약 5조6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1.3% 증가했다.

11번가는 2분기 매출 1329억원, 영업손실 14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매출은 3.6% 신장했지만 영업적자 규모는 90억원 늘었다. 회사 관계자는 18일 “올 상반기에 예측 불가능한 코로나19 환경과 더불어 e커머스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유통 대기업도 온라인 플랫폼 투자를 늘리면서 외형은 커졌지만 수익성은 주춤했다. SSG닷컴은 2분기 매출이 3495억원으로 12.1% 증가했다. 그러나 영업손실 265억원으로 적자가 128억원 늘었다. 롯데온은 매출이 10% 줄고 적자도 320억원으로 확대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비대면 특수를 누렸던 TV홈쇼핑의 경우 올해는 정반대 성적표를 받았다. 매출은 대부분 늘었지만 송출수수료 부담이 커지면서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 줄었다. CJ온스타일의 경우 이익이 40% 급감했다. 수수료뿐만 아니라 역기저 현상과 모바일 전환에 따른 판관비 확대 등이 복합 작용했다. 외출 증가로 패션·잡화 등의 수요를 오프라인 백화점에 내준 영향도 반영됐다.

장사는 잘해도 돈은 못 버는 기형적 사업 구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커머스는 상위 사업자 중심의 시장 재편이 빨라지면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한 고강도 경쟁이 불가피하다. 기업들도 당장의 수익 개선보다는 기업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거래액 확대를 우선순위로 삼고 있다.

SSG닷컴과 11번가는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몸값을 높이기 위한 점유율 확보가 더 중요해졌다. 이에 따라 SSG닷컴은 주문 처리량을 늘리기 위한 물류 투자에 적극 나섰고, 11번가는 수익 개선을 위해 축소했던 직매입 사업을 다시 강화하는 방향으로 경영 전략을 선회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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