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룡 포스텍 교수팀, 테이프 같은 도전 필름 개발
접거나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디스플레이 실현 앞당겨
국내 연구팀이 유연한 전자소자들을 연결해주는 변형 가능한 도전 필름을 개발했다.
포스텍은 정운룡 신소재공학과 교수와 통합과정 황혜진, 공민식 연구팀이 회로 라인의 강성, 유연성 여부와 관계없이 다른 전극과 물리적·전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연신성 이방성 도전 필름(S-ACF)'을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이 기술은 디스플레이, 전자피부, 이식형 소자 등 연신성 소자 분야에서 형태 변형이 가능한 회로 기판을 만드는 것이다. 형태 변형이 가능한 회로 기판은 배터리와 같은 충전형 에너지 공급 장치를 포함해 배선, 디스플레이, 센서 등 많은 소재 및 부품에 높은 연신성을 요구한다. 하지만 연신성 소자에는 형태가 변하는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물리적, 전기적 특성을 유지해야 한다.
연구팀은 연신성 블록공중합체인 SEBS-g-MA에 금속 입자를 일정 간격으로 배열하고, 기판과의 화학결합을 통해 형태를 바꿀 때도 강한 계면 접착력을 유지하면서 전기적인 연결도 안정적으로 수행해줄 수 있는 S-ACF를 제작했다.
특히 SEBS-g-MA에 존재하는 '무수말레산'은 기판 간에 화학결합을 가능하게 해 저온에서도 강한 결합력을 만들어준다. 제작된 S-ACF를 결합하고자 하는 두 기판 사이 계면에 배치하고 80℃ 저온 열처리를 약 10분간 해주었을 때, 전기적·물리적 연결이 완전하게 이루어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S-ACF는 원하는 부분에 입자가 배열되도록 패터닝할 수 있는데, 이는 전기적 연결이 필요 없는 부분의 고분자 접촉면적을 늘려줘 결합력을 높여준다. 이렇게 제작된 필름은 이전에 사용하던 이방성 도전 필름에 연신성을 더한 것이다. 고해상도 회로 연결이 가능하며 저온공정이 가능하고 대면적으로 제작하기 쉽다는 특징이 있다.
정운룡 교수는 “S-ACF을 이용하면 미래에 더 복잡한 구조의 소자들도 쉽게 연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며 “각각 독립적으로 연구되던 연신성 소자들을 하나의 기판,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 제작하는 데에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의 장기적인 지원으로 전도성 입자의 배열에 대한 기초 연구가 시작됐으며, 연구 결과물을 바탕으로 창업과 기술이전이 이뤄졌다. 실용화를 위한 추가 연구 개발을 통해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소재부품기술개발사업으로 신규 선정돼 고정밀 비등방 도전 필름의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다.
포스텍 전자전기공학과 송호진 교수, 화학과 박수진 교수와 공동연구하고 한국연구재단 나노 및 소재 기술개발사업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성과는 최근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게재됐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