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임병훈 이노비즈협회장 "제조업의 미래는 스마트팩토리"

“제조업의 미래는 결국 스마트팩토리라고 생각합니다. 스마트팩토리를 중심으로 전통 제조업체도 직접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모든 제조업체가 제조서비스 기업으로 변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협회 중점 과제입니다.”

임병훈 이노비즈협회장은 향후 대한민국 경제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제조업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스마트팩토리 업계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대부분 제조업체로 구성된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이노비즈기업)의 제조혁신에 적임자로 평가받아 올해 초 제10대 이노비즈협회장에 취임했다.

임 회장은 “제조업의 미래를 개척하겠다”면서 “이노비즈기업이 제조혁신을 선도하고 나아가 혁신경제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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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이노비즈협회장으로 취임했다. 소감과 임기 내 중점 추진 계획은.

▲먼저 기술혁신과 스케일업을 주도하는 1만9000여개 이노비즈기업을 대표하는 자리를 맡게 돼 영광이다. 그간 이노비즈기업이 거둔 성과를 더욱 확산시키기는 것이 중요하다. 나아가 대한민국 제조 중소기업 정책 실행의 중심이자 주체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임기 동안 최우선으로 추진할 일은 기업간 상생협업이다. 가치사슬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제조업의 제조서비스업화'를 중점 지원하겠다.

가치사슬 클러스터는 기업이 가치사슬 내에서 함께 협력·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이노비즈기업 내 화장품 용기·원료 제조·패키징 전문 기업 등이 함께 모여 화장품을 공동 생산·판매하는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러면 가치사슬 클러스터를 기반으로 e커머스 플랫폼과 공동 브랜드화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제조업의 제조서비스업 변신도 중점과제다. 생산 공장과 시장을 실시간으로 연결해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서비스를 주문과 동시에 제공하는 맞춤형 스마트공장을 구축하도록 지원하겠다.

이를 통해 이노비즈기업을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만들고 매출 1000억원이 넘는 이노비즈기업을 1000개 만들겠다.

-제조서비스업은 아직 낯선 개념이다.

▲제조서비스업은 제조업의 미래라고 보면 된다. 제조업의 미래를 개척하는 것이 목표다.

스마트팩토리 사업을 오래했다. 스마트팩토리는 스마트비즈니스와 디지털 팩토리의 합성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디지털공장을 두고 스마트공장이라고 표현을 하다보니 혼동이 많았다.

스마트팩토리는 결국 기업이 돈을 더 잘 벌려고 하는 거다. 중국이 제조 공장을 전부 흡수하면서 우리 나라도 제조 공장을 뺏기지 않기 위해 스마트팩토리를 추진했다. 중국 제조회사에 지지 않기 위해 변신하는 도구였다.

하지만 스마트팩토리는 만들고 끝나선 안된다. 스마트한 비즈니스가 함께 해야만 한다. 스마트비즈니스는 시장과의 관계이자 고객과의 관계다. 디지털팩토리는 서플라이체인에 있는 협력사간 관계다. 그래서 스마트팩토리라고 하지만 고객과 서플라이체인 모두가 연결이 돼야 한다.

공장을 시장과 고객에 맞춤형 상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서플라이체인도 하나의 플랫폼이 돼야 한다. 공장에 주문이 들어오는 즉시 서플라이체인이 돌아가야 한다.

공장에서 생산할 때는 제품이지만, 제품이 공장에서 나오면 상품이 된다. 고객은 상품을 사는 거지 제품을 사는 게 아니다. 하지만 제품을 파는 시대가 없어지는 것이 제품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현대차가 스스로를 제조업이 아니라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이라고 칭하듯 모든 제조업체가 제조를 기반으로 서비스업에 나서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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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공장이 고도화될수록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있다.

▲스마트공장이라고 하면 대부분 제조 공정의 자동화와 무인화를 가장 먼저 생각한다. 하지만 스마트공장은 단순 자동화와 무인화가 아니다. 디지털 기술을 생산하고 품질관리, 유통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과 연결하는 것이다. 공장 전체 인력 효율을 높이는 관리 시스템을 의미한다.

결국 스마트공장은 인력 채용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열악한 노동환경을 스마트화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대표 사례다. 기업들은 비용이나 부담 증대를 우려할 수 밖에 없다. 스마트공장으로 생산현장을 자동화하고 스마트화해서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양질의 일자리 확보와 생산성 증대라는 기회가 된다. 단순 노동과 위험한 업무는 자동화·스마트화해야 한다. 기존 근로자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디지털 전문 인력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협회도 전문 인력을 양성해 지원할 계획이다. 맞춤형 일자리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 디지털 기술인재 양성 기반 마련에도 앞장서겠다.

물론 종래에는 제조업은 무인화될 수밖에 없다. 사람은 결국 스마트한 비즈니스 영역에서 존재하게 될 것이다. 시장과 연결되는 쪽에 사람이 더욱 많이 필요해진다. 제조 행위에 종사하는 인력은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제는 공장부터 고객과 만날 수 있는 쪽으로 모두 이동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사회가 급변하고 있다. 대비책이 있을까.

▲코로나19 이후 다양한 정보기술(IT)을 활용한 플랫폼 기업이 부각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플랫폼 기업도 제조업과 협업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강조하는 것이 가치사슬 클러스터다. 이노비즈 기업 같은 제조혁신 기업과 플랫폼 기업을 연결해야 한다.

플랫폼 기업들은 산업간 경계를 허물면서 성장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서비스 플랫폼만 만들고 제조업은 경쟁시켜 가면서 성장했다. 장단점이 모두 나타나고 있다.

플랫폼과 거래하는 회사도 두 종류로 나뉘고 있다. 플랫폼의 일부로 살아가는 기업이 나오거나 플랫폼에서 벗어나는 기업이 나타난다. 독자적으로 접점을 만들면서 플랫폼을 벗어나려고 한다. 결국 빨려들어가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제는 플랫폼 기업도 변화하고 있다. 마구잡이로 경쟁을 붙이는 데서 벗어나 파트너십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협업하고 있다. 상생 문화가 서로의 필요에 의해 추진된다.

이노비즈 기업이 플랫폼 기업에 종속되지 않도록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결합해 제조 현장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기반으로 가상현실(VR) 시스템을 구현하는 디지털트윈 기반 스마트공장을 가동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제품 중심 수출도 앞으로는 디지털 트윈 기반 스마트공장을 수출하는 새로운 '이노비즈 글로벌화 모델'을 확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소부장 기업 상당수가 이노비즈 기업이다. 제조 기술력이 상당하다.

▲일본의 수출규제와 코로나19 위기에서도 이노비즈기업은 기술혁신에 끊임이 없다. 결국 기술력이 차별화된 경쟁력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소부장 강소기업 100개사 가운데 91개사가 이노비즈기업이다. 우리 이노비즈기업은 코로나19로 판로가 끊기고 매출이 떨어지는 와중에도 우수성이 돋보였다. 이제는 제조기반 기업 가운데서도 유니콘 기업이 탄생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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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 분야 유니콘 기업이 탄생하려면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지.

▲이미 AI·데이터 기반으로 중소 제조업체를 디지털하기 위한 기반은 마련됐다. 제조혁신법 제정이나 스마트공장 1번가 플랫폼 구축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정책이 기업 성장으로 이어지려면 스타트업부터 이노비즈기업, 중견기업으로 이어지는 특성에 맞는 규모와 지원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사실 지금 13개로 꼽히는 유니콘 기업 가운데 3개사는 제조업이라고 봐야한다. 지피클럽이나 에이프로젠 등은 화장품, 의약품을 생산한다. 특히 에이프로젠은 이노비즈기업이기도 하다.

물론 이노비즈기업 가운데 유니콘 기업이 몇 개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협회에서는 제도적 기반 마련을 적극 지원해 이노비즈기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는 초석을 다지는데 집중하면 된다.

-창업기업이 제조업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해결책이 있을까.

▲이노비즈기업은 체계적인 연구개발(R&D)을 통해 기술경쟁력을 확보한 기술혁신형 강소기업이다.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IT나 소프트웨어, 바이오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군이 포함된다. 토스나 골프존도 이노비즈기업을 넘어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물론 최근 창업기업은 디지털전환이 가속하면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주를 이룬다. 이들 기업도 기술혁신으로 지속 성장한다면 이노비즈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지난해 기준으로는 제조업을 비롯한 기술 기반 창업이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잠재력을 갖춘 스타트업 여전히 많다. 예비 이노비즈기업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그동안의 정부 정책은 새롭게 설비투자하고 공장을 지으면 많은 지원을 했다. 이렇게 정책이 진행되다 보니 지금 우리 중소기업의 공장 가동률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이제는 공장을 새로 짓는 전략은 접어야 한다.

창업은 아이디어로 하는 것이다. 창업기업이 꼭 제조업을 해야 할 필요는 없다. 고객에게 가치만 전달하면 되는 것이다.

이제는 공장 가동률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을 세워서 창업기업이 가치사슬에 자연스럽게 들어올 수 있게 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놀고 있는 공장을 다시 가동시킬 수 있는 창업기업을 지원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게 바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다. 다른게 없다.

-중소기업 ESG경영 지원은 어떻게 해야 할까.

▲가치사슬 클러스터를 제대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만9000개 이노비즈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을 가치사슬로 삼삼오오 협업 구조를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기존 공급망은 대량으로 생산하고 일방적으로 통제하는 방식이었다. 이제는 양방향 정보 소통에 의한 자연스러운 파트너십 구축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ESG경영을 시작하고 있다. ESG의 핵심은 투명경영이 가능한 지배구조다. 투명한 지배구조는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조직이다. 생산 공장의 전 과정이 디지털 정보에 의해 투명하게 관리되면 투명한 지배구조도 가능해진다.

ESG경영은 이익을 낸 이후에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과정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는 경영 철학이다. 결국 과정 중심주의다.

제조 전 과정을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하는 스마트화가 중소기업 ESG경영의 필수 요소라고 봐야한다. 투명해질뿐 아니라 품질과 생산 이력이 포함된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고, 노동 실태 역시 파악이 가능하다. 가치사슬 클러스터를 만들어 이노비즈기업이 삼삼오오 협업체를 꾸린다면 대한민국도 재도약이 가능할 것이다.

-협회 20주년 맞았다. 앞으로의 과제가 있다면.

▲새로운 20년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데 앞장서겠다. '이노비즈제도 20주년 성과 및 비전'을 주제로 기념 백서를 발간하고 온라인 역사관도 만들 계획이다. 이노비즈기업과 정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제도적 기반 마련을 구축하겠다. 이노비즈기업이 상생협업하고, 혁신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

제조 혁신으로 무장한 이노비즈기업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게임체인저로 자리매김하고, 혁신경제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힘차게 달려 나갈 협회를 주목해 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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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훈 이노비즈협회장은△1958년 전남 보성 출생 △조선대 정밀기계공학과 △텔스타홈멜 대표이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 △한국인공지능제조이니셔티브 이사 △중소벤처기업부 정책자문관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 사진=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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