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2050 탄소중립이 우리 시대가 당면한 도전과제라며 경제·사회 시스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장관은 “최근 지구촌 곳곳의 홍수 폭염 사태에서 볼 수 있듯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는 전 인류의 당면 과제이자 기후위기는 우리 국민의 삶과 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된다”고 말했다.
최근 발표된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세 도입 계획과 미국의 친환경차 전환 계획에서 알 수 있듯 고탄소 제품은 세계 시장에서 설 자리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저탄소 에너지로 전환은 물론 산업공정 전반의 저탄소화를 위한 에너지원 대체 탄소저감기술 적용 등이 요구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우리 경제·사회 시스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탄소중립은 선택이 아니라 가야만하는 길이고 이를 기업 혼자 감당할 수 없기에 정부와 함께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한 장관은 이에 맞춰 “정부는 관련 제도 확충과 제정사업 확대로 기업 및 국민 부담을 덜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 장관은 국민 삶도 큰 변화가 요구된다며 기존 고탄소 생활패턴을 지양하고 대중교통 이용, 일회용품 사용자제, 전기 절약 등 조금은 불편할 수 있지만 미래세대를 위한 실천에 동참해달라고 당부했다.
대담=김원석 정치정책부 부장
-취임 후 6개월이 지났다. 국회의원과 장관으로서 차이점이 있다면.
▲6개월간 국회 업무보고·대정부질문, 추경·법안 대응 등 대국회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최대한 많은 현장을 다니기 위해 노력했다. 타부처·지자체·산업계 등 여러 이해관계자 분들과 소통하며 바쁘게 지냈다.
장관으로 취임한 이후, 환경 업무를 총괄하는 입장에서 바라보니, 직접 정책을 구상하고 법률을 집행하며, 국민들의 일상 문제에서부터 국가적 현안도 해결해야 하는 것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국회의원일 때와는 다른 막중한 책임감이다.
특히 낙동강 물문제·폐기물과 같은 각종 현안 해결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아우르기 위한 소통과 협의, 그리고 방향 설정에 환경부 나름의 고충이 있음을 느꼈다.
그렇지만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그린뉴딜, 탄소중립, 자원순환 사회와 같이 환경부에 주어진 시대적 소명이 무거운 만큼, 환경부 직원들과 합심해 환경 현안 해결에 열과 성을 다하겠다.
-지난달 22일 이탈리아 G20 환경장관회의에 참석했는데 분위기가 어떻고, 제28차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유치 가능성은.
▲우리측에 미국·유럽연합(EU)·싱가포르 등 주요국과 유엔기후변화협약 등 국제기구의 양자회담 요청이 많이 들어와 이틀간 총 7명을 면담하며 바쁜 시간을 보냈다. 우리나라의 높아진 위상을 느끼고, 기후환경 분야 선도에 대한 국제적 기대가 높아졌음을 실감했다.
아울러 아시아 참가국인 에이미 코르 싱가포르 지속가능환경부차관을 만나 우리나라의 COP28 유치 의향과 지지 요청을 전달했다. 또 패트리샤 에스피노자 UN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 알록 샤르마 COP26 의장,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 등과도 유치 교섭을 진행했다.
COP28 유치국 결정은 아태지역 내 합의를 통해 결정된다. 이후 당사국총회(COP) 결정문으로 공식화되는 만큼 오는 11월 영국 글라스고에서 열리는 COP26에서 아태국가들과의 양자 회담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긍정적 결과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오는 11월이면 2030년 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계획을 발표해야 하는데.
▲작년 12월 7일, 정부에서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중간경로인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이 필요하다.
현재 관계부처를 중심으로 부문별 전망, 기술 향상, 전환 속도 등을 검토해 상향 수준을 논의 중이다. 8월 중 정부 검토안을 탄소중립위원회에 제시할 예정이다. 현재 국회도 NDC 관련 부분 논의를 진행 중으로 국회 의견도 매우 중요하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함께 NDC 상향안에 대한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등 대국민 소통과정을 진행할 계획이다. 10월 말에 탄소중립위에서 NDC 상향안을 심의하고, 국무회의에서 의결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후 확정된 NDC 상향계획은 오는 11월 국제사회에 발표할 계획이다.
-온실가스 감축 계획이 확정되면 기업과 국민이 감내해야 할 일도 많을 것으로 안다.
▲최근 지구촌 곳곳의 홍수, 폭염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는 전 인류의 당면과제다. 또 기후위기는 우리 국민의 삶과 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2050 탄소중립은 우리 시대의 당면한 도전과제이지만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사회 전체의 인식과 함께, 우리 경제사회 시스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국민들의 삶에도 큰 변화가 요구될 것이다. 기존 고탄소 생활패턴을 지양하고, 지속가능한 저탄소 생활을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중교통 이용, 일회용품 사용 자제, 전기 절약 등 조금은 불편할 수 있지만, 미래세대를 위한 실천이 중요하다.
최근 발표된 EU의 '탄소국경세' 도입계획에서 알 수 있듯, 고탄소 제품은 세계 시장에서 설 자리가 좁아질 것이다. 산업 공정 전반의 저탄소화를 위한 에너지원 대체, 탄소저감 기술 적용 등이 요구된다. 이렇듯 탄소중립은 선택이 아니라 가야만 하는 길이며, 기업 혼자가 아닌 정부와 함께 가는 길이다. 가야 할 길이라면 우리가 먼저 탄소중립으로 전환해서 한국산 제품·서비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정부도 많은 지원을 할 것이다.
사회·경제 구조의 대전환이 국민들과 기업에게 부담과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어 정부는 관련 제도 확충과 재정사업 확대를 통해 이러한 부담을 덜어 드릴 계획이다.
-전력문제 등 원전의 경제적 가치를 고려해 원전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우리나라의 높은 원전 밀집도, 지진 위험성, 사용후핵연료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원전은 지속가능한 대안으로 보기 어렵다.
미세먼지 등 모든 것을 탈원전 탓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현실은 노후 원전 2기만이 영구 정지됐다. 지금 운영·건설되는 원전은 향후 60년 이상에 걸쳐 장기간, 점진적으로 감축될 계획이다.
따라서 2050 탄소중립에 과정에서 원전은 전력 공급원으로서 일정 역할을 지속할 전망이다.
탄소중립, 탄소국경세 도입 등 지구촌의 현실을 고려하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우리나라가 재생에너지를 보급할 수 있느냐가 핵심 관건이다.
우리 상품의 수입처인 EU, 미국 등에서 제품 생산에 사용된 전력원을 확인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RE100에 가입했고, 세계 시장에서 RE100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서라도 재생에너지 보급이 더욱 가속화돼야 한다.
-수송분야 탄소중립을 위해선 친환경차 차량 모델 확대와 충전인프라 보급이 시급하다.
▲보조금 지원 등을 통해 고성능의 다양한 무공해 차종이 보급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중이다.
올해 초 무공해차 성능 향상과 중저가 모델의 확산을 위해 고가차량 보조금 제한, 에너지효율 인센티브 부여 등 보조금 지침을 개편했다.
내년에는 환경개선 효과가 높은 상용차 대상 보조금 물량 확대, 차종별 보급 시기와 연계한 보조금 신설 등 무공해차 모델 확대를 유도할 계획이다.
2011년 첫 전기차 보급 시작 후 10년 만에 총 22만대를 보급하는 성과를 거뒀다. 늘어나는 무공해차 보급에 대응해 연내 충전인프라 구축에도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전기충전기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실제 충전수요가 높은 고속도로, 국도변 주유소 등 주요 이동거점에 급속과 초급속 충전기 약 1500여기를 구축 중이다.
수소충전소는 상반기에 110기 설치공사를 완료했고, 지난해 45기에 비해 2배 이상 구축했다.
수소차 보급이 많은 수도권에 중점으로 신속한 인허가, 적극 행정을 통해 연말까지 누적 180기 이상 구축할 예정이다.
-제주도 2공항을 비롯해, 가덕도 신공항 등 전략환경영향평가 등을 통해 개발 이슈와 환경 이슈가 계속 충돌하고 있다.
▲국민들의 생활 불편을 해소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데 꼭 필요한 정책은 추진돼야 한다.
더불어 훼손된 자연환경은 복원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므로, 환경과 개발을 균형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환경에 대한 고려가 없는 개발은 장기적으로 편익보다 비용이 더 커지는 결과를 낳아 지금 세대뿐만 아니라 미래세대에 큰 부담을 남기게 된다.
환경보전의 편익은 다수에게 돌아가지만 다수는 침묵하는데 반해, 개발사업에 따른 이익은 소수에 집중되어 집요하게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따라서 환경적 쟁점이 되는 개발사업에 대해서는 환경비용 분석과 함께, 필요시 이해관계자들의 공론화 등 환경가치에 대한 사회적 검토과정이 필요하다. 환경부는 개발 영향을 받는 자연환경에 대한 철저한 조사, 서식지 보전, 대체 서식지 관리 등을 통해 개발과 환경의 조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겠다.
-문재인 정부 환경부 장관으로서 앞으로 주력할 정책을 꼽는다면.
▲먼저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탄탄한 기반으로 '탄소중립 기본법(가칭)' 제정에 주력할 예정이다. 우리사회의 탄소중립 이행 나침반이 될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2030 NDC 상향'을 마무리 하는 데에 역량을 집중하겠다.
아울러 기존의 대량생산-소비-폐기로 이어지는 선형 경제를 순환경제로 전환하는 데 힘을 쏟겠다. 생산·유통·소비·처리의 전 과정에서 폐기물 발생을 줄이고 순환이용을 확대할 것이다.
이를 위해 환경부는 올해 연말까지 K-순환경제 이행계획을 마련해 발표한다.
녹색산업 육성, 녹색금융 활성화 등 산업·경제 전반의 녹색전환 촉진에도 주력하겠다.
특히 녹색투자의 기준인 녹색분류 체계를 올해 안에 마련하는 한편 기업이 ESG 중 가장 중요한 환경 분야를 잘 개선하도록 평가체계 제공, 컨설팅 지원 강화 등 정책적 기반을 탄탄하게 마련할 계획이다.
또 지난 6월 '낙동강 통합물관리 방안'이 낙동강 물문제 해소를 위한 첫 단추로서 낙동강 유역위원회에서 심의·의결됐다. 확실한 후속조치 이행과 지자체·지역주민 등과 더 많이 소통해 30년 만에 찾아온 낙동강 안전한 먹는물 확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이 외에도 수소충전소 확충, 수도권 매립지 현안 해결, 홍수기 대응, 탈 플라스틱 사회 실현 등 국민 일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책 역시 꼼꼼히 챙기겠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1965년 1월 단양에서 태어나 부산 해운대여고와 부산대 환경공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부산대 환경공학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하고, 영국 노팅엄대에서 산업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환경공학 전문가다. 한 장관이 정치에 입문한 것은 노동조합과 인연을 맺으면서다. 1989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입사해 2005년 공단 노동조합위원장을 지냈고 2006년엔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부위원장을 지냈다. 그러다 2012년 19대 국회에 새정치민주연합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이후 20대와 21대 국회에서 잇따라 강서구병 지역에 도전장을 내밀어 3선 의원이 됐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을 맡다 지난 1월 환경부 장관에 취임했다. 이후 '낙동강 통합관리' '수도권 매립지' '탄소중립 법안' 등 환경분야 현안 해결을 위해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며 발로 뛰는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
정리=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사진=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