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 규제입증위원회가 공공 소프트웨어(SW)사업 대기업참여제한제도 현행 유지로 가닥을 잡으면서 정보기술(IT)서비스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의 희비가 엇갈렸다.
IT서비스 대기업 관계자는 10일 “제도 운영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는 처음부터 규제 완화나 폐지에 대한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면서 “대기업참여제한 제도는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바라봐야 하는데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전날 규제입증위는 제도 폐지 또는 완화 안건을 부결하고 장기 관점에서 검토하기로 했다. IT서비스 대기업은 앞서 제도 폐지 내지 완화를 요구해왔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 회사가 개발한 영상회의시스템이 세계 시장에서 사용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참여제한이 없었다면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이 교육부 등을 시작으로 글로벌에서 통용되는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기업은 공공 시장이 수익률은 낮지만 신기술과 신규 시스템을 선제 적용해 민간에 빠르게 확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보고 있다. 대기업참여제한 제도로 공공사업이 어려워지면서 대기업이 금융과 물류 등 분야에만 집중, 국가 경쟁력에 손실을 미친다는 입장이다.
중견·중소기업은 규제입증위 결정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제도를 유지하면서 건강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견 IT서비스 기업 관계자는 “SW진흥법을 살펴보면 시장경제 자유에 대한 원칙도 있지만 어느 정도 불평등한 상황에 대해서는 규제가 가능하다고 돼 있다”면서 “규제입증위원회 민간위원이 이 점을 감안, 당장 개선이나 폐지보다는 장기적으로 검토하자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소 IT서비스 기업 관계자는 “대기업 전면 참여제한 제도가 운영된 지 8년이 됐지만 아직 시장 상황이나 제도가 미친 영향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판단”이라며 “중소기업이 자생력을 갖추기 위한 성장의 틀이 아직은 더 필요하다는 게 이번 결정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주무부처 규제입증위에서 유지 결론을 내렸기 때문에 참여제한제도는 현행 유지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국무조정실 규제챌린지 협의회, 국무총리 주재 규제챌린지 민관회의가 남아 있어 최종 확정으로 보기는 어렵다.
지난 6월 김부겸 국무총리가 발표한 규제챌린지는 해외보다 과도한 규제가 있다면 개선하자는 것으로 15개 과제를 선정했다. 오는 10월까지 부처별 규제입증위원회, 규제챌린지 협의회, 규제챌린지 민관회의 등 1~3단계를 거쳐 개선 여부를 확정한다.
2단계 규제챌린지 협의회는 부처별 규제입증위원회에서 논의된 결과를 확인하고, 조정안 등을 마련한다. 과기정통부 규제입증위 결정에 대해 조정안이 제시될 수도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2단계인 협의회가 언제 열릴지는 미정”이라며 “현행 제도를 유지하기로 한 이유를 2단계에서 다시 설명해야 할지 여부도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