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핀테크와 다방면 협업...마이데이터 직접 진출 '노크'

AI 자산관리 서비스 등 협력 확대
마이데이터 비즈니스 모델 도출 속도
이통사 인증 서비스 연계 수익 구현
통신+금융데이터로 신사업 개척 전략

Photo Image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이통사들이 국내 대형 시중은행에 이어 핀테크 기업과도 다방면 협업을 타진하며 통신과 금융데이터 결합 시너지를 모색하고 있다. 마이데이터 시장에 직접 진출하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으로 파악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이동통신사들이 인공지능(AI) 자산관리 서비스 등 핀테크 기업과 협업 구축에 나섰다. 시중은행들과는 다방면으로 협업하면서 구체적인 마이데이터 서비스 모델을 도출하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 협업을 넘어 마이데이터 시장에서 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서비스 포트폴리오 강화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국내 이통3사 모두 대형 시중은행과 손잡고 마이데이터 관련 비즈니스 모델을 도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SK텔레콤이 직접 마이데이터 시장에 진출하려는 의지가 가장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SK텔레콤은 올해 초부터 마이데이터 관련 신규 서비스를 제공하고 본허가 사업자 라이선스 획득을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준비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SK텔레콤의 경우 SK플래닛, 하나금융그룹과 합작해 설립한 핀테크 기업 핀크가 있지만 직접 마이데이터 본허가 사업자로 뛰어드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 분야에서 협업해온 하나금융 외에 신한은행 등과도 협업해 새로운 마이데이터 비즈니스 모델을 도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시중은행도 이통사와 활발하게 협업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SK텔레콤뿐만 아니라 KT, LG유플러스와 마이데이터 서비스 분야에서 협업하고 있다. 각 이통사 색깔에 맞게 특화한 서비스를 함께 도출해 시너지를 내는 것이 핵심 전략이다.

우리금융그룹과 KT는 지난해 마이데이터 시장에 대한 포괄적 전략적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하고 있다. 대안정보를 활용한 비대면 개인사업자 대상 신용평가모형 개발, AI를 활용한 디지털금융 개발 등을 수행해왔다. 마이페이먼트에 대응하기 위해 KT그룹 자회사인 BC카드와 우리은행, 우리카드 간 협력도 하고 있다.

시중은행을 넘어 핀테크 스타트업과 협력도 모색하고 있다.

최근 한 이통사는 모 AI 로보어드바이저 기업에 사업 제휴를 제안했다. 구체 협업 모델을 확정한 것은 아니지만 자사 고객에게 전체 금융자산 현황을 보여주고 투자 방향을 제시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통사가 보유한 인증 서비스 기반으로 가입자에게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도 살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KT는 지난 4월 뱅크샐러드에 250억원 지분 투자를 단행하며 마이데이터 시장 참여를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이통사들이 시중은행을 넘어 핀테크 기업까지 협력을 타진하는 것은 비금융 분야 핵심 데이터 중 하나로 꼽히는 통신 데이터를 보유한 만큼 금융 서비스를 연계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통신 데이터는 비금융 분야에서 활용성이 높은 핵심 데이터 중 하나로 꼽힌다. 가입자 정보, 통신료 납부내역, GPS를 활용한 위치정보 등에 대해 개인을 특정할 수 없도록 비식별처리하고 이종 분야 데이터와 결합하면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할 여지가 커진다.

이처럼 통신 데이터에 대한 시장 수요는 크지만 정작 이통사는 마이데이터 시장에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의무정보제공사업자로서 통신 데이터를 원하는 주체에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준비 위주였다. 최근에서야 일부 이통사가 적극적으로 본허가 라이선스 획득에 출사표를 던지는 전략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이통사가 보유한 인증 서비스도 마이데이터 시장에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인증 단계에서 수수료 수익이 발생하는데 이와 연계해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 제공할만한 여지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핀테크 업계는 이통사가 금융 서비스를 추가 제공해 저변을 확대하려는 시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이통사 가입자 기반으로 자사 서비스 저변을 확대하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핀테크 업계 한 관계자는 “각 핀테크 금융 서비스에 대한 깊은 이해보다는 단기 가입자 확보나 서비스 브랜드를 알리는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면서 “다만 초기 핀테크 스타트업에는 어느 정도 판이 짜여진 핀테크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내다봤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