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총리 중심 '백신 허브 추진위' 출범
내년 상반기까지 '국산 백신 1호' 목표
기업 설비구축비용 올해 총 180억 지원
2025년 백신 생산 5대 강국으로 도약
문재인 대통령이 5일 '글로벌 백신 허브'를 국가전략으로 추진한다고 밝힌 것은 세 가지 목적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 세계적으로 감염병 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백신주권을 확보하는 한편 코로나19 백신 수급 위기에 대한 비판 여론을 잠재울 수 있는 명확한 카드이기 때문이다.
특히 주요 7개국(G7) 2년 연속 초청, 세계 경제대국 10위 탈환, 선진국 진입 등으로 높아진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외교수단 방편으로 백신공급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 “전 세계 백신의 안정적인 공급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5월 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 한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도 이와 같은 맥락인 셈이다.
◇백신 5대 강국 도약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한미 양국이 전세계의 조속한 코로나19 극복과 글로벌 백신 공급 확대에 함께 하자며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을 맺었다.
미국은 코로나19 백신에 있어 가장 기술력이 앞선 국가로 평가받는다. 현재 세계보건기구(WHO) 승인을 받은 백신 5종 중 화이자·모더나·얀센 등 3종 백신이 미국 기술과 자본으로 만들어졌다. 정부는 미국이 국산 백신을 개발하지 못한 우리나라를 파트너로 택한 이유로 국내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CMO)능력을 꼽았다. 우리나라의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능력은 세계 2위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연간 36만리터 규모의 CMO 생산능력 1위 기업이다.
정부는 미국과의 파트너십 이행을 위해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을 팀장으로 한 '글로벌 백신 허브화 추진 태스크포스(TF)'를 지난 6월 출범한 데 이어, 이날 김부겸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한 '글로벌 백신 허브화 추진위원회'도 출범시켰다.
정부는 앞으로 국산 코로나19 백신 신속개발, 글로벌 생산협력 확대, 글로벌 백신 허브 기반 신속 구축 등 3대 전략을 집중 추진한다. 올 하반기부터 2026년까지 5년간 2조2000억원을 투입한다.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2000억원, 내년부터 5년간 2조원을 투입하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내년 상반기까지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2025년까지 글로벌 백신시장 세계 5위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국산 전령 리보핵산(mRNA) 백신 개발을 위해 해외 특허분석 및 회피 전략을 수립하는 한편, 이에 기반한 핵심기술 자체 개발 연구도 지원한다. 신속 개발이 가능한 mRNA 백신 기술 확보를 위해 전임상·임상, 원·부자재 등을 범정부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우리 기업의 생산능력 극대화를 위한 지원책도 마련했다. 백신 및 원·부자재 생산시설·설비 구축을 위해 기업당 최대 30억원(올해 총 180억원)을 지원한다. 경북 안동 동물세포실증지원센터와 전남 화순 미생물실증지원센터 등 글로벌 수준의 백신 GMP급 공공 제조시설을 활용해 자체 설비가 없는 기업의 백신 상용화도 지원한다.
또 백신 개발·생산 핵심기술을 국가전략기술로 선정해 세제 혜택을 강화하고, mRNA 등 차세대 백신 플랫폼 생산기반 구축 및 양산·품질관리 지원을 확대한다.
일본 수출규제 극복을 위한 소재·부품·장비 자립을 벤치마킹해 백신 원부자재 기술 자급화도 추진한다. 특히 국산 백신원료·생산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를 위한 비교 시험, 성능평가, 창업성장기술개발 등 상용화를 지원하고, 연구개발(R&D)·소부장·스마트공장 등을 통해 패키지형 지원체계를 구축키로 했다.
◇일석삼조 효과 기대
문 대통령은 글로벌 백신 허브 구축을 통해 '글로벌 백신 생산 5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백신 자주권 확보 위한 국산 백신의 신속한 개발에 대한 지원 의지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이 백신주권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최근 전지구적으로 기상이온과 감염병 창궐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식량과 자원 등을 넘어 백신이 국가안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대를 맞이했다는게 문 대통령 판단이다.
그러나 신종플루와 SARS(사스), 조류독감(AI),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코로나19 등 신종 감염병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필수백신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은 코로나19 백신 수급에서도 문제점으로 나타났다. 100%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백신 접종률이 저조하면서 'K-방역'으로 방역모범국가라는 평가를 받았던 우리나라는 '방역후진국'이라는 오명까지 받고 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산 백신 개발을 위해 지금까지와 차원이 다른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백신생산 글로벌 허브를 목표로 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백신주권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주문했다는게 청와대 설명이다.
또 백신 수급이 지연되면서 불거진 정치·사회적 논란을 잠재우려는 복안으로도 읽힌다. 야권을 중심으로 백신 수급이 정치적 논쟁으로 비화되고 외신에서도 우리나라의 백신 수급 정책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 상태다. 이에 문 대통령은 물론 김부겸 국무총리 등 정부에서도 백신 수급에 '차질이 없다'는 점을 지속 강조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외교수단 방편으로 글로벌 백신 허브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는 주요 7개국(G7) 2년 연속 초청됐고, 코로나19발 경제 위기에서 회복하며 세계 경제대국 10위를 탈환했다. 또 지난 7월 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 우리나라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하면서 국제 외교 무대에서의 역할론이 부각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도 한미 백신 연구 개발 및 생산 협력 강화로 코로나19 백신의 안정적 국내 공급 및 백신 개발 역량을 제고해 방역 모범국에서 글로벌 보건 대응 선도 국가로서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권덕철 복지부 장관은 “G7 정상회의 등을 통해 위상이 높아진 대한민국이 전 세계 백신 공급 허브로 도약하도록 기반을 착실히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