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아나필락시스 쇼크 보장·특약' 판매
가려움증 등 중증 알레르기 진단만 보장
예방접종 중 쇼크 인정 '0.0006%' 불과
제휴업체 통한 가입 등 소비자 주의 당부
금융당국이 백신보험 마케팅에 제동을 걸었다. 최근 백신 접종이 점차 증가하는 가운데 부작용 등을 이용한 허위광고가 늘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생명보험사 두 곳이 실제 백신보험이라는 명칭을 써 보험협회가 명칭 변경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3일 금융감독원은 보험사 '아나필락시스 쇼크 보장 보험'이 모든 백신 부작용을 보장하는 상품이 아니라는 내용 등을 담은 소비자 유의사항을 발표했다.
현재 다수 보험사가 아나필락시스 쇼크 보장 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 3월 최초 출시 이후 현재까지 약 20만건 계약이 체결됐다. 라이나생명과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NH농협생명 등이 아나필락시스 쇼크를 보장하는 보험을, 삼성화재·현대해상 등은 특약으로 이런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아나필락시스 쇼크란 외부자극에 의해 급격하게 진행되는 중증 알레르기 반응으로 약제, 음식물, 곤충, 꽃가루 등 알레르기 유발물질에 의해 나타난다. 주로 가려움증, 두드러기, 부종, 기절, 호흡곤란 등이 나타나는데 백신 접종으로 인한 쇼크로 인정된 확률은 0.0006%에 불과하다.
문제는 최초 개발사의 배타적사용권이 종료되고 국내 백신 접종이 증가하자 경쟁적으로 보험사들이 해당 상품 판매 경쟁에 돌입했다는 점이다.
최근 생명보험협회는 해당 보험상품을 판매 중인 라이나생명과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에 '코로나19 백신보험'이라는 명칭을 쓰지 말라는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금감원은 우선 해당 보험이 외부자극에 의해 급격하게 진행되는 중증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로 진단받을 경우에만 보장되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백신보험이라는 광고와 달리 백신 부작용으로 보고되고 있는 근육통, 두통, 혈전 등에 대해서는 보장하지 않는다.
무료보험임을 강조하고 가입을 유도해 수집한 개인정보를 보험사 또는 제휴업체가 마케팅 수단으로 활동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주의를 요구했다. 현재 보험사들은 토스나 티맵모빌리티, 모두투어 등과 협업해 아나필락시스 쇼크 보장 보험 무료 가입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토스, 캐롯손해보험은 티맵모빌리티, 하나손해보험은 모두투어와 제휴해 무료 가입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토스나 티맵모빌리티, 모두투어 등은 자사 플랫폼에서 '코로나 백신보험'으로 홍보하고 있다.
공포마케팅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달 3일 기준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으로 인한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인정된 사례는 전체 예방접종 건수 중 0.0006%에 불과하다. 금감원은 아나필락시스 쇼크가 오히려 음식, 약물, 곤충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보험사별로 아나필락시스 쇼크 보장에 대한 보험금 지급 조건, 횟수, 금액 등이 달라 미리 상품 약관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제휴업체만 믿고 상품에 가입해서도 안된다. 현재 토스나 티맵모빌리티, 모두투어 등 제휴업체는 무료로 백신보험에 가입시켜 준다고 홍보하면서 '보험회사 상호'나 '보험상품 이름'을 아주 작게 표기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보험상품 판매 광고 주체는 보험사인 만큼 보상책임을 보험사가 지게 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가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상품뿐만 아니라 제휴업체를 통한 단체보험도 보험사 판매 상품과 동일하게 광고심의를 하겠다”면서 “제휴업체를 통한 단체보험에 가입한 소비자에게 보험상품의 중요 내용을 안내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