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소셜카지노게임' 제도화 논의 수면 위로

업계 "웹보드 게임과 유사…같은 규제 적용을"
법적 규제 활용해 사행화 막고 경쟁력 강화
웹보드 시장 성장 한계로 新시장 창출 중요
아시아 등 유망시장 선점 나서야 할 때

Photo Image
전자신문DB

코로나19 장기화 영향으로 오프라인 카지노 수요가 불법 온라인 카지노로 옮겨가며 불법 도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하경제 활성화와 불법 도박, 이에 따른 사회적비용 증대 등 다양한 문제가 예상된다.

이에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그림자 규제'로 인해 정상 서비스를 못하는 국내 소셜카지노 게임을 제도화해 불법 카지노 매출을 합법 시장으로 유인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내 소셜카지노 게임을 웹보드나 스포츠 승부 예측 게임처럼 게임산업법 테두리 안에 둬 불법 도박을 막고 관련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취지다.

반면에 소셜카지노 게임 합법화에 따른 우려도 존재한다. 근본적으로 도박을 모사한 게임이어서 불법 여지가 적다하더라도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정서상 사회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Photo Image

◇'소셜카지노 게임'이란

소셜카지노 게임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되는 게임 중 룰렛, 바카라, 빙고, 블랙잭, 슬롯 등 오프라인 카지노에서 즐기는 게임을 모사한 것을 말한다. 소셜카지노 게임은 단순히 게임만을 즐길 수 있도록 제공되는 서비스다. 오프라인 카지노와 다르게 게임으로 획득한 게임머니는 현금화가 불가능하다.

국내 업계는 소셜카지노 게임을 'PvE(Player vs Environment) 단독형 웹보드게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용자-인공지능(AI)간 대결(PvE)만 가능하고 SNS를 통한 이용자 간 상호작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 소셜카지노 게임은 이른바 '고포류'라고 불리는 고스톱, 포커 모사 게임과 달리 게임에 수익 모델을 탑재할 수 없다. 소셜카지노 게임이 미국과 유럽에서는 앱 마켓 매출 상위권에 위치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쉽지 않은 이유다.

세계 소셜카지노 게임 업체는 500개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더블유게임즈와 플라이셔는 글로벌 시장 문을 두드리며 성장해 온 국내 회사다. 더블유게임즈는 플레이티카에 이어 세계 점유율 2위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네오위즈, 엠게임, 원더피플, 넵튠, 미투젠을 비롯 플레이티카 인수전에 뛰어들기도 한 넷마블도 소셜카지노 게임에 관심을 기울인다. 최근에는 AI, 가상현실(VR) 기술과 접목해 편의성과 몰입도를 높이는 시도가 이어지면서 게임 콘텐츠를 다채롭게 하고 있다.

◇게임위 “유료 머니 제공하면 사행성 더 짙어져”

현행법상 도박, 복권, 소싸움 등을 본떠 만든 게임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에 따라 규정된 사행산업을 제외하고는 불법으로 간주된다. 그렇다고 소셜카지노 게임 서비스가 불법은 아니다. 도박은 여러 사람이 모여 우연적 방법으로 득실을 결정해 재산상 이익이나 손실을 주는 행위로 규정된다. 여기에 판돈 액수, 시간과 장소, 도박을 한 사람들의 친분 관계 등을 고려해 결정된다.

이와 달리 국내 소셜카지노 게임은 PvE 게임만을 제공하고 게임머니를 실제 현금으로 바꿀 수 없다. 이 때문에 도박이 아닌 오락형으로 분류돼 게임물관리위원회가 관리한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현금화할 수 없더라도 게임머니를 유료 판매하는 소셜카지노 게임에 대해서는 등급 심의를 내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무료 게임머니만 제공하는 게임, 즉 수익 모델이 없는 게임만 게임위의 심의를 받을 수 있다. 사행성 우려 때문이다.

게임위는 “무료 머니만 제공하는 슬롯 모사 게임은 등급 심의를 받을 수 있다”며 “유료 머니 제공 기능 등 사행성이 더 짙을 경우 등급 분류 과정에서 거부된다”고 밝혔다.

◇업계 “웹보드와 동일한 규제 적용해야”

업계는 소셜카지노 게임이 수익을 올릴 수 없게 막는 것은 명확한 근거가 없다고 주장한다. 법령에 정하지 않고 권고사항 형태로 규제를 만든 그림자 규제란 뜻이다.

고스톱, 포커 등 웹보드 게임은 소셜카지노 게임처럼 도박을 소재로 제공되지만 관련 법·규정에 근거해 월 50만원 이내에서 게임머니를 판매할 수 있다.

업계는 소셜카지노 게임과 웹보드 게임의 유사성을 들어 같은 규제를 적용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두 게임은 유사하다. 이용자가 베팅하고 결과에 따라 배당을 받거나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와 진행방식이 같다. 오히려 사행도는 소셜카지노 게임이 낮다. 소셜카지노 게임은 이용자 간 대전(PvP:Player vs Player)이 아닌 PvE 게임으로 제공된다. PvP처럼 일방적인 져주기 등을 통한 게임머니 불법 거래가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는 소셜카지노 게임에 게임산업법 시행령을 통한 사행화 방지 등 법정규제 틀을 활용하면 사행화 이슈를 관리하면서 동시에 산업 경쟁력도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늘어나는 불법 카지노 시장 매출을 합법 시장으로 유인하는 효과도 기대한다.

업계 관계자는 “토토를 모사한 베팅게임도 일정 규제 안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는데 소셜카지노 게임도 정상적인 규제 틀에 놓아 게임머니 유료판매를 허용하는 게 형평성에 맞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쟁력 갖춘 국내 게임사

소셜카지노 게임 합법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에는 규제로 인해 성장 한계에 달한 웹보드 게임 시장이 있다. 새로운 시장 창출이 필요한데다가 소셜카지노 게임은 선점 효과가 강력한 장르다. 업계로서는 이를 개발, 운영하며 접점을 넓힐 환경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세계 소셜카지노 게임 시장은 주요 선두 업체가 전체 시장의 약 60%를 점유한다. 이들 업체는 최근 높은 성장 잠재력을 지닌 아시아 지역 공략을 시도하고 있다. 업계는 아직 아시아 시장에 뚜렷한 강자가 없는 상황에서 국내 게임사가 웹보드 게임 운영 역량을 바탕으로 뛰어든다면 안정적인 성장과 시장 확장을 도모할 것으로 기대한다.

박종현 국민대 법과대학 교수는 “이용자간 게임머니 이동이 불가해 사행화 우려가 적은 국내 소셜카지노 게임(PvE·단독형 웹보드게임)의 경우 게임법 시행령 적용을 전제로 유료화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