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용의 디지털 창(昌)]<7>인공지능 반도체, 선택 아닌 필수다

Photo Image
김창용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국가 간 반도체 경쟁이 치열하다.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판매 중단 조치로 시작된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이 다양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공급망 확보를 위해 자국 내 공장을 짓도록 주요 기업에 협력을 요청하며 세제 혜택 같은 당근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맞서 중국은 2025년까지 170조원을 투자해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신설한다는 '중국제조 2025'을 추진하고 있다.

두 나라만 반도체에 공을 들이는 건 아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반도체 수급난 해소를 위해 2022년까지 총 29개 반도체 공장이 신설된다. 북미지역 6개, 유럽 3개, 중국 8개, 대만 8개, 한국과 일본 각 2개 등 전례 없이 많은 공장이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들어설 예정이다. 그만큼 반도체 확보가 중요하고 절박하다는 얘기이다.

상반기에는 자동차 회사가 반도체 때문에 생산에 차질을 빚는다는 뉴스가 쏟아졌다. 반도체를 확보하지 못해 생산을 중단하거나 출고를 몇 개월씩 늦춰야 하는 일이 발생했다. 수요와 공급 불균형 때문이다. 반도체가 단순한 부품이 아니라 필수부품으로 자리 잡았음을 시사한다.

산업 디지털 전환이 진행될수록 반도체 의존도는 높아진다. 한 예로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에는 200~300개 반도체가 필요했다. 전기차에는 1000개, 자율주행차에는 2000개 이상의 반도체가 필요하다.

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반도체 주력 분야도 변화한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4년까지 D램은 연평균 -0.5% 역성장을 예고하는 반면에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은 35.8% 고성장이 예상된다. 자율주행 자동차, 스마트 가전, 5세대(5G) 이동통신, 디지털 헬스케어, 스마트 에너지 등 모든 산업에서 AI 융합이 진행되면서 AI 반도체는 선택 아닌 필수가 됐기 때문이다.

앞으로 다양하게 선보일 AI 서비스 구현에는 전력 소모는 적으면서도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학습하고 추론하는 AI 반도체가 핵심이다. AI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해 그 자체 시장은 물론 연관시장까지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AI 반도체 시장은 초기 단계여서 발전 가능성이 짙은 분야다. 그만큼 육성 가치가 크다.

세계 각국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을 펼치는 만큼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육성전략이 필수다.

첫째 세계 최고 수준의 메모리 반도체 기술을 이어 가야 한다. 이제까지는 기억을 담당하는 메모리와 연산을 담당하는 프로세서처럼 역할별로 구분했다. 메모리와 프로세서 통합형 반도체 기술을 개발하자는 얘기다.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 메모리 기술을 연계해서 영역을 확대한다면 시장 파급력은 물론 상용화 측면에서도 성공 확률이 높을 것이다. 빅데이터 기반 학습과 추론을 위해 AI 데이터센터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현 시점에 통합반도체 기술 개발은 매우 유효한 전략이 될 것이다.

둘째 전문기업과 대기업 간 상생의 생태계 강화가 필요하다. 다양한 AI 서비스를 몇몇 기업이 기획부터 설계, 개발, 서비스 제공까지 전담하기는 어렵다. 기기나 산업 분야별로 AI 반도체 설계를 담당하는 전문기업이 나와야 한다. 이들이 설계한 반도체를 대기업 파운드리에서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설계와 생산 역할을 구분하고, 각자 자신의 영역에 충실하게끔 상생 생태계를 강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AI 반도체는 2, 3년 후에 상용화될 서비스를 사전에 검증하는 것이 필수이기 때문에 수요기업과 전문기업 간 협력도 중요하다. 자신의 영역에서 전문성을 갖춘 전문기업은 수요기업의 요구사항을 설계에 반영하고, 수요기업은 전문기업이 자신의 서비스 플랫폼 위에서 실증하도록 문을 여는 상생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셋째 전문기업과 대기업의 참여 확대를 유도하는 유인책이 필요하다. 수요 대기업이 전문기업에 문호를 쉽게 개방하도록 바우처 제도를 확대하는 것도 방안이다. 바우처를 활용해 전문기업은 안정적으로 실증할 수 있고, 대기업은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으니 윈윈 전략이다. 반도체 시설 투자에는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다. 투자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지원 등도 검토해야 한다.

다행인 것은 지난해 10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AI 반도체 산업 발전전략'을 수립한 후 지난 5월에는 'K-반도체 전략'을 발표하는 등 반도체 성장 기반을 본격적으로 조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를 국가 핵심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특별법도 마련할 것이라 하니 꼭 성공시켜서 반도체 강국 대한민국의 위상이 AI 시대에도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김창용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cykim@nipa.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