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사가 IPTV 등 유료방송사업자에 내는 송출수수료가 지난해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섰다. 올해도 수수료 협상이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평균 인상률이 20%대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5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TV홈쇼핑·T커머스 12개사가 지난해 유료방송사업자에 지불한 송출수수료는 2조234억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 송출수수료는 1조8394억원으로, 2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4년 1조원을 돌파한지 6년 만에 두 배로 커졌다.
방송사업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처음 절반을 넘어섰다. 홈쇼핑사가 지난해 방송사업을 통해 거둔 매출액은 총 4조6103억원으로, 그 중 53.1%를 송출수수료로 지불했다. 이는 2011년 25.0%에서 2배 이상 높아진 수치다. 특히 방송사업매출이 전년보다 1.0% 줄었음에도 송출수수료는 오히려 10% 늘어나며 부담이 커졌다.
홈쇼핑사는 유료방송사업자에 지불하는 송출수수료 부담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TV홈쇼핑 7개사의 영업이익은 8150억원, T커머스 5개사는 789억원으로, 총 영업이익 8939억원의 두배를 넘는 금액을 송출수수료로 냈다. 특히 유료방송시장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IPTV의 수수료 인상률이 가파르다. 지난해 IPTV가 거둔 송출수수료는 2022억원 늘어난 1조1086억원에 달했다.
올해는 IPTV를 중심으로 작년보다 송출수수료 인상폭이 더 커질 것으로 점쳐진다. 현재 KT와 SK브로드밴드는 수수료 협상이 절반 이상 마무리됐고 LG유플러스도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이다. 대부분 TV홈쇼핑사는 인상률이 10%대 중후반이며, 지난해 가파른 성장세를 거둔 T커머스의 경우 20% 초반에서 많게는 29%까지 인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IPTV 3사 중에는 KT의 송출수수료 인상폭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부 채널 변경도 이뤄졌다. KT 올레TV에서 28번인 CJ온스타일플러스와 38번인 GS마이샵이 자리를 맞바꾼다. 두 채널은 CJ온스타일과 GS리테일이 운영하는 T커머스 채널이다.
또 K쇼핑이 2번에서 12번으로, NS홈쇼핑이 12번에서 2번으로 자리바꿈이 이뤄졌다. 올해 KT엠하우스와 합병해 KT알파로 출범한 K쇼핑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황금채널인 10번대 진입이라는 강수를 뒀다.
SK브로드밴드는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채널 변경은 없을 것으로 점쳐진다. LG유플러스는 CJ와 GS, 롯데가 황금채널 자리를 놓고 치열한 물밑 협상을 벌이고 있다. 홈쇼핑사는 IPTV와 송출수수료 협상이 마무리되면 내달 중순부터 LG헬로비전과 SKB티브로드 등 케이블TV 사업자와도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주요 채널번호을 할당 받기 위한 과도한 송출수수료 부담으로 홈쇼핑과 유료방송사업자 간 갈등이 심화돼 왔다. 정부는 상생협의체를 열고 협상 시기와 방법 변경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자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정부의 조율은 사실상 요식행위라는 지적이 많다. 협의점을 찾더라도 내년에나 적용이 가능한 만큼, 홈쇼핑사는 올해도 막대한 송출수수료 부담을 피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라이브커머스 등 온라인 플랫폼의 미디어 진출이 일반화된 상황에서 홈쇼핑 송출수수료만 과도하게 인상될 경우 업계 전체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면서 “이는 납품업체 판매수수료 인상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만큼 정책적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