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첨단소재 △그린 △바이오 △디지털 등 4대 사업을 중심으로 투자 광폭행보를 하고 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기반으로 지속 가능성을 높이려는 목적이다. 이는 ESG 경영을 강조해 온 최태원 SK 회장 주문과 맞닿는다. SK㈜ 움직임과 발맞춰 계열사들은 4대 사업 중심 사업 재편을 가속하고 있다. 국내 재계 순위 3위인 SK 행보에 관심이 모인다.
◇SK㈜, 올해만 9곳 집중 투자…성과도 이어져
사업형 지주사인 SK㈜ 투자 부문은 △첨단소재 △그린 △바이오 △디지털 등 4개로 구성된다.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소재와 디지털 분야 투자로 산업 혁신을 앞당기고, 친환경에너지와 혁신 신약 개발 투자로 에너지체계 전환과 새 솔루션을 모색하려는 목적이다.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최태원 SK 회장의 'ESG 경영 전략'에 기반한다.
SK㈜는 비공개 투자금까지 합산하면 해마다 1조원 안팎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최근 3년간 투자 동향을 보면 4대 사업에 집중됐다. 첨단소재 투자센터가 세계 1위 동박 제조사인 중국 왓슨에 2019년과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약 3700억원을 투자한 것이 대표적이다. SK실트론과 SK머티리얼즈 등 반도체 소재 사업에 선제 투자한 데 이어 전기차 배터리 핵심 부품인 동박까지 투자 영역을 확대했다.
SK㈜는 올해 들어 더욱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전부 4대 사업, 총 9곳에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1건, 2020년 5건 대비 크게 늘어난 것이다. 그린 투자센터는 북미 수소 회사인 플러그파워에 약 9000억원을 투자했다. 첨단소재 투자센터는 국내 유일 SiC 전력반도체 생산 능력을 보유한 예스파워닉스 지분 33.6%를 268억원에 사들였다. 또 전기차 초급속 충전기 제조사인 시그넷EV 지분 55.5%를 인수했다. 바이오 투자센터는 프랑스 유전자·세포 치료제(GCT) 위탁생산(CMO) 업체 이포스케시 지분 70%를 인수했다. 이 외에 솔리드에너지시스템과 미국 모놀리스, 미국 로이반트 사이언스 등에 투자했고, 중국 지리자동차그룹과 뉴모빌리티 펀드를 조성했다.
SK㈜는 상반기에만 약 1조원을 투자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미 매해 투자액을 넘어선 셈이다.
SK㈜ 관계자는 “마땅한 투자처가 있으면 투자하는 것이고, 투자액 상한을 정한 것은 아니다”면서 “재무적투자자(FI) 등과 함께하는 등 다양한 투자 방법도 있기 때문에 추가 투자처를 지속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SK㈜가 투자를 확대하는 데는 전문성과 조직 문화가 밑바탕 됐다. 김양택 첨단소재 투자센터장과 김무환 그린 투자센터장, 이동훈 바이오 투자센터장, 신정호 디지털 투자센터장 등은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선발해 각 부문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도 인력을 충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센터장들은 국내외를 불문, 출장을 독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SK㈜ 관계자는 “SK㈜ 임직원이 200명 조금 넘는 수준인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투자 담당”이라면서 “전문 인력들이 실사를 기본으로 투자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 계열사, 4대 사업 중심 구조 개편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SK㈜ 투자 부문은 투자 지분 매각 등으로 올해 1분기에만 영업이익 4038억원을 올렸다. IT 서비스업이 주력인 사업 부문 영업이익 852억원을 크게 앞선다. 투자 부문은 2019년도와 2020년에만 각각 1조2089억원, 1조4718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해마다 1조 넘는 영업이익을 감안할 때, 올해는 비슷하거나 소폭 낮은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 부문 영업이익에는 SK 브랜드 사용료와 계열사 배당수익 등이 포함돼 있다 해도 경쟁사 보다 높은 수치다.
SK 계열사들은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SK㈜와 마찬가지로 4대 사업 중심 구조 개편을 가속하고 있다. ESG 경영 전략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통신업계 1위 SK텔레콤이 지난 6월 SK텔레콤(존속회사)과 SKT신설투자(가칭, 신설회사)로 인적분할을 결의한 것이 대표적이다.
SK텔레콤은 존속회사에 대해 유·무선 통신 및 홈 미디어 분야 선두 지위를 이어가되 '인공지능(AI)과 디지털인프라'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목표를 잡았다. 또 AI 기술로 메타버스 등 신규 서비스를 고도화한다. 반면 신설회사는 세계 반도체 시장을 무대로 인수합병(M&A)을 추진한다. 성장 잠재력 높은 미래 반도체 등 핵심 기술에 투자해 SK하이닉스와 함께 반도체 '에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또 모빌리티(티맵모빌리티) 등 다양한 ICT 영역에서 국내외 투자를 단행한다. '첨단소재' '디지털'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는 셈이다.
SK E&S와 SKC, SK에코플랜트(구 SK건설)은 '그린'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했다. SK E&S는 SK㈜가 추진 중인 수소 생산-유통-공급에 이르는 밸류체인 구축에서 핵심 역할을 맡는다. 추형욱 SK E&S 사장이 SK㈜가 신설한 '수소사업추진단' 단장을 겸직하는 배경이다.
SKC는 '그린 모빌리티 소재·부품 전문회사'로 정체성을 바꿨다. 동박 사업 국내외 증설로 세계 1위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는 등 ESG 중심 사업 모델로 탈바꿈해 지속 가능성을 높인다. SK에코플랜트는 사명을 기존 SK건설에서 에코플랜트로 교체하는 등 그린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한다. 이를 위해 지난 6월 페기물 처리 기업 4곳을 약 4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또 2023년까지 총 3조원을 투자, 친환경 신사업 개발과 기술혁신 기업 M&A를 추진한다.
SK그룹 관계자는 “딥체인지(근본적 변화)를 이루기 위한 기본은 ESG”라면서 “ESG에 근거한 사업 재편과 경영을 가속해 지속 가능성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