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디지털 전환을 막는 보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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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경제 발전과 함께 형성된 복잡한 사회 구조로 말미암아 각종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무엇보다 '국민의 안전 문제는 국가적 최우선 과제'라는 정책 기조를 천명하고 이를 위해 분야별로는 '국민의 생명 지키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토교통부에서 2020년 기준 정밀 현장 조사를 실시한 결과 토목·건축 분야 사고는 교량 붕괴·도괴에 의한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례로는 경기 의정부시 경전철 거더 붕괴와 파주시 장남교 거더 붕괴, 서울 강서구 방화대교 거더 전도, 경기 평택시 평택국제대교 거더 붕괴 사고 등이 있다. 이외 다양한 요소로 발생하는 사례는 많았다. 이처럼 건설업의 경우 전체 산업의 평균 재해율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 이를 감소시키기 위한 노력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사고 발생 시 신속한 대응으로 확대를 방지하고, 앞으로 유사한 형태의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발생 원인과 재발 방지 대책 등을 분석해서 안전 점검을 하는 등 노후 건축물 증가에 따른 체계적인 유지·관리가 필요하다. 2차원적인 기존 방식 점검이 아니라 바로 현장 점검이 가능한 스마트기기와 3차원을 통한 정밀진단이 필요한 동시에 디지털 전환 시대에 맞는 점검 솔루션이 개발돼야 한다. 이에 상응하는 내용으로 국토안전관리원으로 새롭게 출범한 한국시설안전공단에서는 건설안전시스템 시설물 안전 데이터베이스(DB) 구축 사업에 일자리 사업을 추진하는 등 현장 중심의 안전 전문기관으로 새롭게 출발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기관이 있는 반면 MZ세대와 메타버스의 디지털 전환을 외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오히려 역행하는 곳이 있다. 바로 국가 주요 시설물을 유지·보수하는 공공기관이다. 수년 전 한국도로공사와 도로·교량 등 시설물 점검을 위해 전통적인 점검 방식을 버리고 모바일 캐드 기반의 시설물 점검 솔루션을 개발, 적용했다. 해당 모바일 솔루션은 설계 도면을 현장에서 오픈해 바로 입력할 수 있어 작업의 정확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세밀한 도면 작업이 가능, 업무 효율성이 높아지는 효과를 봤다.

모바일 솔루션을 확대한다면 삼풍백화점 같은 대형 사고로 국민의 생명을 잃는 일은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많은 자금을 투입해서 개발한 모바일 캐드 제품을 검토하겠다는 여러 공공기관 담당자와 함께 시설물 점검에 효율적으로 적용하기 위한 방향을 잡고, 여러 차례 회의와 테스트를 통해 기관 현장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협업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실무자의 노력은 국가정보원의 보안법 정책 문턱을 넘지 못해 모두 무산됐다. 누구를 위해, 무엇 때문에 만들어진 보안법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현재까지 대부분 2차원 방식으로 시설물 안전 점검을 실행하고 있다. 종이 도면, 사진 또는 영상을 통해 시설물 진단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요소로는 정확한 판독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점검자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실무자의 불필요한 작업시간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현실과 맞지 않는 오래된 보안법을 철폐하지 않고 유지한다면 현실과 이상 간 괴리감을 줄일 수 없어 앞으로의 발전은 어려울 것이다.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는 고객 경험 데이터 확보가 핵심이며, 고객은 자신에게 맞는 콘텐츠와 서비스가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져서 어떻게 도달하고 본인들의 가치에 얼마나 적합하게 사용되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좀 더 과감한 시도와 변화가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길이라 생각한다.

최종복 지더블유캐드코리아 대표 dobok@zwca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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