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업계가 무인 편의점 상용화에 속도를 낸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가맹점의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미래형 무인 매장 개발에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13일 최저임금위원회는 2022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을 9160원으로 의결했다. 올해 8720원보다 5.04%(440원) 인상된 금액이다. 편의점의 시름도 깊어졌다. 코로나19 장기화에 최저임금 인상까지 더해지면서 가맹점 폐업 위기도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한국편의점주협의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현실을 외면한 최저임금 인상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편의점의 20%는 인건비와 임대료를 지불할 수 없는 적자 점포로 사실상 지급불능 상태”라고 주장했다.
한편협에 따르면 지난해 가맹점 평균 순수익은 200만원 남짓이다. 점포당 월 평균매출 4800만원 중 매출이익은 23%인 1104만원이다. 여기서 인건비 약 650만원, 월세 약 200만원, 각종 세금 등을 제외하면 점주가 가져가는 돈은 200만원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내년 인건비가 오르면 편의점 가맹점주의 실질 수익은 더욱 낮아진다. 국내 주요 편의점사는 외형 확대보다는 가맹점 수익성 보전에 집중한다는 방침이지만 지원 여력도 한계가 있다. GS25, CU 등 주요 편의점 영업이익률은 2~3%대에 불과하며 세븐일레븐은 적자 상태다.
편의점 순증 수도 크게 꺾일 가능성이 크다. 2018년에도 최저임금 16.4% 인상이 결정된 직후 주요 편의점의 점포 순증 규모가 최대 3분의 1가량 감소한 바 있다. 지난해 편의점 점포증가율은 한 자릿수에 그쳤다.
가맹점 이탈을 막기 위해서라도 수익에 실질적 보탬이 될 수 있는 무인화 바람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편의점 심야영업을 대신할 수 있는 미래형 무인 매장 상용화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올 상반기 기준 GS25의 무인 편의점은 430여개, CU는 270여개에 달한다. 완전 무인매장 뿐 아니라 낮에는 유인, 밤에는 무인으로 운영하는 하이브리드 매장도 포함됐다. 이마트24도 150개에 달하는 하이브리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무인 편의점은 내년부터 더욱 가파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고객 방문이 적은 야간 시간대 인력 운영을 최소화해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한 하이브리드 매장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마트24는 심야시간대에 영업하지 않는 가맹점의 매출을 증대하기 위해 심야에는 셀프 계산 시스템으로 전환해 운영하는 '하이브리드' 매장을 확대할 방침이다. 또 최근에는 CU가 무인 주류 자판기를 상용화하면서 무인 매장 운영에 따른 주류 매출 감소 부담도 덜었다. 지금까지 주류는 대면으로 성인인증 후 판매할 수 있어 무인 매장에서는 판매가 불가능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건비 절감 목적과 비대면 소비 트렌드까지 더해져 유통 산업 전반에 걸쳐 무인점포 전환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