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법안 상정' 안건조정위 앞두고
대사관 관계자, 국회 방문하려다 취소
인터넷 업계 “구글, 끝까지 꼼수” 비판
전문가 “법 시행돼도 마찰 가능성 적어”
구글 인앱결제 강제화 법안 처리를 앞두고 미국이 통상마찰 카드를 다시 꺼내들 전망이다. 다음주 법안 상정을 위한 안건조정위원회에 앞서 한·미 통상 우려를 내세워 국회를 압박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국내 업계는 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자 구글이 마지막까지 '꼼수'를 부리려 한다고 비판했다.
8일 국회와 인터넷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신 린드스톤 통상과장(Team Lead - Trade, Investment, & Macroeconomics) 등 주한 미국 대사관 관계자 4명이 인앱결제 이슈 논의 차 국회를 방문할 예정이었다가 갑작스레 취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들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안건조정위 소속 의원들의 보좌진과 만날 예정이었다. 면담을 앞두고 국회 방문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자 취소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대사관은 지난해부터 공문 등을 통해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자국 이익과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우려를 전한 바 있다. 이번 면담 목적 역시 법 제정이 한·미 간 통상마찰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하려던 것으로 예상됐다.
인터넷 업계에서는 비난이 비등했다. 정부 대 정부가 아니라 우리나라 국회의 개별 법안 처리에 미 대사관이 간여하는 것은 지나친 간섭이라는 주장이다. 주한미국대사가 공석인 상황에서 방문인 점, 외부에 알려지자 취소했다는 점 등을 두고 미국 대사관의 공식 입장 전달인지 의심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이 시행되더라도 통상마찰 발생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미국에서 같은 법안을 발의한 레지나 콥 애리조나주 하원의원, 미 앱공정성연대(CAF) 등도 최근 법안 처리로 인한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미국 37개 주가 구글의 폐쇄적 플레이스토어 운영 정책에 대해서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내부에서도 반발이 심한 만큼 통상문제가 발생한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상황이 불리해지자 구글이 미국 대사관 관계자를 끌어들인 것으로 보인다”며 “구글 내부에서 그만큼 법 통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안은 여야 간 합의점을 찾지 못하다가 지난달 24일 안건조정위에 회부됐다. 다음 주 초 위원회를 열고 과방위 전체회의 상정 여부를 결정한다.
안건조정위에는 더불어민주당 의원 3명, 국민의힘 의원 2명, 무소속 의원 1명 등 총 6명이 참여한다.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의결되기 때문에 4명만 찬성하면 전체회의에 상정이 가능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입장을 유보한 상태지만 더불어민주당 의원 3명과 무소속 양정숙 의원이 찬성 입장을 밝히고 있어 통과 가능성이 높다. 상임위 벽만 넘는다면 전체회의, 법사위, 본회의 통과는 크게 어려울 게 없다는 전망이다.
구글은 오는 10월부터 플레이스토어에서 자체 결제시스템을 이용하도록 하고 수수료 30%(매출·분야에 따라 일부는 15%)를 부과하는 정책을 시행한다. 업계 비판에 대해 구글은 구글플레이의 환경 유지와 개발자의 성공을 위한 정책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