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거래소, 실명확인계좌 '조건부 발급' 길 열리나

특금법에 '선 신고수리, 후 발급' 포함
필요성 인정 땐 실명계좌 확보 가능
연대책임 부담...실제 발급 낙관 어려워
은행서 가상자산 예탁금 관리 해법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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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수리 마감 기한이 두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아직까지 실명확인계좌를 발급받지 못한 가상자산거래소들이 '조건부'로 은행실명확인계좌 발급 의향서를 확보해 '선 신고수리, 후 실명계좌발급'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나섰다.

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열린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 및 실명계좌 발급 개선 방안 정책포럼'에서는 이 같은 방안이 논의됐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김형중 고려대 특임교수는 “특금법 시행령에 따라 가산자산사업자 신고 메뉴얼에 '신고 완료 후 조건부 발급 여부 확인'이 포함돼 있다”며 “이는 신고가 수리된 후 실명확인계좌를 발급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둔 조치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신고가 수리된 후 금융거래 등이 이뤄질 것을 전제로 가상자산사업자에 은행이 '신고수리 후 실명확인계좌 발급'을 할 수 있다”며 “그 결과는 선순환 사이클을 형성하며 특금법 및 그 시행령 취지가 살려진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특금법 시행령 10조는 '자금세탁행위와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의 방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또는 변경신고가 수리된 이후에 금융신고가 이뤄질 것을 조건으로 실명확인계정을 개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건부 발급'은 시중은행들이 신규 실명확인계좌 발급에 난색을 표함에 따라 궁여지책으로 짜낸 방안이다. 신고수리 요건 중 하나인 개인정보관리보호체계(ISMS) 인증을 확보한 가상자산거래소는 20곳이지만, 실명확인계좌 발급은 기존 4곳에만 한정되는 교착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가상자산거래소를 회원사로 두고 있는 한국블록체인기업진흥협회와 한국가상자산사업자연합회가 포럼을 통해 이 같은 대응책을 찾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은행들은 실명확인계좌를 발급받은 가상자산거래소에서 금융사고 발생 시 연대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앞서 '라임 사태' 등에서도 금융위원회가 부당권유금지 위반으로 증권사를 중징계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면서 은행들 역시 더욱 위축됐다.

다만 '조건부'로도 은행이 실명확인계좌를 발급해준다고 낙관하기는 어렵다. 해법으로는 실명확인계좌를 통해 가상자산사업자의 고객 예탁금을 은행에서 예탁관리하도록 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가상자산이 저장된 콜드월렛 분량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은행 커스터디 서비스를 통해 관리하도록 해 고객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논리다.

여기에 추가로 가상자산사업자들이 공동으로 자금을 조성, 예금자보호법에 준하는 공제기금을 구축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금융위 주축으로 진행 중인 가상자산거래소 컨설팅에서도 가상자산 거래 위험성을 알리는 팝업창 노출 확대 등으로 은행 부담을 줄이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김형중 특임교수는 “일본은 허가제를 시작한 2017년에 16개, 2020년 5월까지 모두 23개 거래소 신고를 수리했다”며 “이를 참조해 한국에서도 비슷한 수의 거래소 신고를 수리해 고객을 보호하고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